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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SC제일은행의 여성임원 육성 성공할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7-01-22 13: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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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SC제일은행장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보기 드물게 여성임원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성금융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만큼 회사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충하려면 여성 관리자의 수도 그만큼 증가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SC제일은행이 구조조정을 잇달아 시행하고 있어 여성직원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 SC제일은행, 여성임원 양성 추진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2020년까지 부장급 이상 관리자의 30%를 여성으로 채우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의 여성임원 육성 성공할까  
▲ 박종복 SC제일은행장.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장급 이상 관리자들 가운데 여성이 17%가량으로 목표의 절반 정도에 도달했다”며 “우수한 여성인력이 부장급 이상 관리자에 많이 오를수록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본부장급 이상 임원 71명 가운데 여성이 10명(14%)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4.8%), KB국민은행(5.8%), KEB하나은행(4.4%), 우리은행(5.2%) 등주요 은행들보다 여성임원의 비중이 훨씬 높다.

박 행장은 지난해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에서 주관한 ‘여성금융인대상’ 수상식에서 “여성인재를 찾아내고 키우는 일은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이다”며 “SC제일은행은 경영진 차원에서 체계적인 여성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은 내부조직인 ‘다양성과포용성위원회’를 통해 여성직원들에게 경력개발과 멘토링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직 여성임원인 박현주 부행장보가 이 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진출한 해외 각국에도 여성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지금까지 67명이 해외에서 일하다가 돌아왔고 지금도 일부 여성직원들이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서 성별뿐 아니라 인종과 학력 등 다양한 차별요소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SC제일은행도 같은 노선을 따르고 있다”며 “직원 상당수가 이미 여성이고 앞으로 여성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해질 것으로 생각되는 점도 감안해 여성관리자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정규직 직원 4231명 가운데 여성직원이 2464명(58.2%)으로 더 많다.

SC제일은행의 한 여성직원은 “SC제일은행 직원들의 성비균형이 이전부터 다른 은행보다 좋은 편이었다”며 “입사할 때부터 여성들이 SC제일은행을 선호하는 정도가 비교적 높은 만큼 회사에서도 여성임원 양성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도 지난해 7월 영국 재무성에서 주관한 여성금융인헌장에 서명했다. 이 헌장에는 고위 관리자직군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여성임원 육성책, 얼마나 성과 낼까

SC제일은행은 본부장급 임원을 살펴보면 다른 은행보다 여성의 비중이 높지만 부행장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여성임원의 수가 크게 줄어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부행장급 이상 임원(사외이사 포함) 13명을 두고 있는데 여성은 전영순 사외이사와 박현주 부행장보뿐이다.

  박종복, SC제일은행의 여성임원 육성 성공할까  
▲ 박현주 SC제일은행 부행장보.
SC제일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영향으로 여성임원 육성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모기업의 정책에 따라 임원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여성임원들부터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시각도 있다.

SC제일은행은 2010년 기준으로 부행장 16명 가운데 4명이 여성이었지만 현재 부행장(부행장보 포함)이 6명으로 줄어들면서 여성 부행장의 수도 1명으로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이 최근 몇년 동안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정책에 따라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유리천장이 더욱 공고해지는 문제가 함께 발생했다”며 “부장급 이상 관리자에 오른 여성인력이 고위임원으로 승진할 통로도 좁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부행장급 임원은 일반직원처럼 목표를 결정하고 성비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매년 임원을 새로 뽑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과 환경도 다른 만큼 몇 년 동안이면 기본적으로 성비가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다”이라고 해명했다.

SC제일은행이 최근 3년 동안 희망퇴직을 잇달아 실시해 1300명 이상을 감축한 점도 장기적으로 여성임원의 수를 늘리는 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육아와 가정에 관련된 부담이 큰 여성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SC제일은행이 비교적 균형잡힌 직원성비를 맞추고 있지만 인력 구조조정이 잦을수록 여성직원이 관리자로 승진할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지난해 SC제일은행의 여성인력을 확충했지만 대부분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계약직이기도 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여성직원 2717명을 뒀는데 2015년 말 2545명보다 172명 늘어났다. 이 증가폭 가운데 정규직 직원은 12명에 불과한 반면 기간제 근로자인 계약직이 160명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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