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KB금융의 계열사 전반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리딩뱅크’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지만 노사갈등 해결은 숙제로 남는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KB국민은행은 12일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KB국민카드와 KB손해보험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와 관련된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KB증권은 출범 이후 현대증권의 수석부장제도를 계속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석부장제도는 2년 동안 정규직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성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윤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의 여파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때에도 이례적으로 성과주의 확대를 추진했다.
국민카드는 11월 말에 급여에서 성과급의 비중을 30% 선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관련된 직원설명회를 진행했다. KB손해보험도 비슷한 시기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카드와 KB손해보험의 성과연봉제 관련 설명회가 열린 때가 때인 만큼 ‘뜬금없다’는 반응이 금융권에서 나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다른 금융회사도 성과주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윤 회장이 특히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7월에 민간은행장 가운데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9월에도 “KB금융에 성과와 역량에 따라 대우받는 풍토를 자리 잡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과주의는 윤 회장의 경영목표인 ‘리딩뱅크’ 탈환과 맞닿아 있다. KB금융이 성과주의를 확대하면 재무제표상 손실로 처리되는 인건비가 감소해 신한금융과 순이익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허정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도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KB금융이 적극적인 비용통제 덕분에 3분기에 순이익이 증가했다”며 “지난해부터 추진한 희망퇴직 등으로 인건비가 절감된 점이 안정적인 이익성장세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성과주의 확대에 힘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윤 회장은 내년 11월에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그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연임에 필요한 성과를 쌓기 위해 성과주의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성과주의 확대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 회장의 연임과 관련된 사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KB금융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금융 노조는 윤 회장에게 비교적 호의를 보였지만 최근 비판적인 태도로 바뀌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자 행장실 앞에서 시위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카드 노조는 회사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 윤 회장의 퇴진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 노조는 최근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윤 회장의 측근인 양종희 사장 등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