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물순환 파괴' 분석 보고서 잇달아, "세계 주요 도시도 가뭄·홍수 안전지대 아니다"

▲ 13일(현지시각) 스페인 톨레도주 자모라시에 위치한 강이 홍수로 인해 물이 불어나 다리 바로 아래까지 차올라 있다. 스페인 당국은 인근 지역 주민들을 모두 피난시켰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구 기온이 오르면서 물순환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들도 가뭄과 홍수 등 물과 인한 재해에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진단도 나왔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한 이러한 이상기후는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돼 각 대도시들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각) 클라이밋홈뉴스는 '세계기상기여조직(WWA)' 분석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물순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기상기여조직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한 비영리기구로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세계기상기여조직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영국, 덴마크,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학자들이 합동으로 연구해 발표했다.

세계기상기여조직 자료를 보면 남부 아프리카 일대 주요 도시들의 강수량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약 6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벤 클라크 세계기상기여조직 연구원은 클라이밋홈뉴스를 통해 "오늘날 지구온난화 수준이 1.3도에 이르면서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게 돼 극심한 폭우가 발생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따뜻해진 기후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2일(현지시각) 국제 비영리단체 '워터에이드'도 비슷한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 '물과 기후: 높아지는 도심 인구 위험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 물순환 파괴' 분석 보고서 잇달아, "세계 주요 도시도 가뭄·홍수 안전지대 아니다"

▲ 워터에이드가 발간한 '물과 기후' 보고서 표지. <워터에이드>

해당 보고서의 연구 분석을 담당한 영국 카디프대학과 브리스톨대학 등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112곳의 42년 동안 누적된 기상 데이터를 집계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112개 도시 가운데 17곳은 기후가 매우 습해지거나 건조해지는 기후 극단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중국 항저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댈러스, 일본 도쿄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 112곳 가운데 95%는 산업화 이전보다 눈에 띄게 비가 많이 내리거나 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곳은 기후가 극적으로 달라지는 '기후 반전' 현상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중국 베이징은 20년 사이에 건조한 기후에서 습한 기후로 바뀌었고 미국 산호세는 습한 기후에서 건조한 기후가 됐다.

마이클 싱어 카디프대 교수 겸 수자원연구소 부소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영향은 전 세계 도시별로 극적으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지구 환경이 우리가 아는 것과 매우 이질적으로 달라지는 '지구 이변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각 도시별로 가뭄과 홍수 등 극한 기후 대책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도 평가해 도심 인프라 취약 지수로 환산했다.

한국 서울은 4.96을 기록해 일본 도쿄(5.91), 베트남 호치민(5.17), 독일 베를린(5.96)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카테리나 미카엘리데스 브리스톨대 지리과학 교수는 "지구온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많은 도시가 물 공급과 홍수 방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부유한 국가들의 노후 인프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옛날 기후에 맞게 설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고 저소득 국가들은 경제적 능력으로 인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솔 오유엘라 워터에이드 대표 디렉터는 가디언을 통해 "이제 시급히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며 "그래야 지역사회가 재난에서 회복하고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