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월] '패스트 팔로워' 전략 버려라, 신성장산업 대전환 서둘러야

▲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 자회사인 샤오펑에어로HT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공개한 플라잉카 ‘랜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LAC)’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미래 기술 전시회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와 달리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미래 첨단 기술력을 과시했다.
  
1500여 개 미국 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300여 중국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 가전 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 위상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올해 초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글로벌 핵심기술 경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AI 알고리즘, 자연어 처리, 백신, 유전공학, 소형위성, 전기 배터리, 3D 프린터, 사이버보안, 고성능 양자 컴퓨터 등 64개 핵심 미래 기술 가운데 중국이 AI, 우주·항공, 배터리 등 53개 기술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1위를 차지한 기술은 양자컴퓨터 등 11개에 불과했고, 한국은 단 한 개의 기술에서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메모리반도체는 최근 중국이 빠른 추격으로 10년 뒤엔 세계1위 자리를 내어줘야 할 판이다. 반도체뿐인가.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저가 공세가 거세지면서 한국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전통적 중후장대 제조업이 대위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등 우리나라가 잘 한다는 첨단 제조업도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우리 산업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8일 정부는 우리 주력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하고 대응책을 내놨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우선 추진하고, 상반기 내 자동차, 로봇, 방산, 사물인터넷(IoT)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온 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1월 내 '친환경차·2차전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상반기 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통합 기술 로드맵을 마련키로 했다. 

부진을 겪는 2차전지 산업 지원을 위해 '사용후 배터리 산업육성 지원법'을 제정해 배터리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내 기업이 앞서있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성능 고도화, 중저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 등을 집중 지원키로 했다.

조선 산업 분야에서는 상반기 중 '선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수소 운반선, 암모니아 추진선, 자율운항 선박 등 미래 조선 분야 핵심 먹거리 육성 계획을 연내 수립키로 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어려움에 빠진 석화 산업단지 지역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석화 산업 재편을 위한 '2530 R&D 로드맵'을 상반기 중 마련키로 했다.

철강 산업을 위해서는 상반기 중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9천억원 규모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사업' 예타를 추진키로 했다.
 
[데스크리포트 1월] '패스트 팔로워' 전략 버려라, 신성장산업 대전환 서둘러야

▲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자체 개발해 현지 기업에 공급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하려 하고 있다. 사진은 창신메모리의 DDR5 D램 < CXMT >

위헌적 계엄 선포, 이에 따른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수라장 같은 정치 혼란 속에서 정부가 그마나 뒤늦게라도 우리 제조업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처한 우리 제조업 위기를 막는 미봉책만으론 미래 대만힌국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 산업으로 대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AI. 로봇. 우주.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K콘텐츠,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방산, 첨단 산업용 소재·부품·장비 등 우리만의 먹거리 산업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산업은 선진국 산업을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더 이상 이 전략으론 미래 성장산업을 창출할 수 없다. 이젠 우리만의 독창적 기술과 산업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 

이같은 신산업 육성을 위한 10년, 20년 대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 신성장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양성 계획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사후약방문, 대증요법 식 기존 주력 산업 방어 대책만으론 미래가 없다. 가뜩이나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40년 이후엔 0%대로 낮아지는 등 저성장 쇼크에 빠질 우려가 높은 가운데 오직 우리가 살 길은 새로운 성장산업 배출 외에는 답이 없다. 

국가 연구개발(R&D)과 기업 R&D 지원 정책도 신성장 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나치게 성과 위주로 단기 R&D에 치우치는 것을 지양하고, 기업의 장기 R&D에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지원해 미래 성장기술 발굴도 도모해야 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전장 무대로, 가격 경쟁력에 이어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들과 싸워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돌이켜 우리 역사를 보면 고구려 을지문덕, 연개소문 등 200만 중국 대군을 단 10만 병력으로 싸워 이긴 사례가 숱하다. 작은 나라임에도 우리가 중국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전략과 전술, 신기술 전략무기 개발 덕분이었다. 

서둘러 정국을 안정시키고, 차기 정부는 산업 대성장의 전략 전술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승용 산업&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