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한가위 명절 인사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4월 총선 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재판'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여사의 광폭 대외 행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5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가 나온 뒤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한 추석 대국민 메시지 영상 출연을 비롯해 앞으로 공개 행보를 늘려 나가기로 한 결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는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지난 8월20일 이후 공개 일정을 부쩍 늘리는 모양새다.
김 여사는 8월22일에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같은 달 23일 서울역 쪽방촌 봉사활동 사진을 공개했다. 22대 국회 개원일이었던 9월2일에는 미국 상원의원단 초청 부부 만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인과 K팝 엔터테인먼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김 여사의 광폭 행보는 단순한 행사 참석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일엔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직접 서울 마포대교를 방문해 119구조대와 경찰관 등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그러나 김 여사가 근무자들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는 듯한 모습과 함께 ‘조치’, ‘개선’ 등의 단어를 쓴 것으로 알려지자 야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 모습을 보면 마치 자신을 통치자로 여기는 것 같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용산에 V1과 V2가 있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았는데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들과 보도를 보니 V1이 누군지 분명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현장 방문 때 ‘여기를 좀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선출직이 아니잖나”며 “김 여사가 지시를 하는 상황이 맞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 김건희 여사(왼쪽)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생명의 전화’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와 문자를 주고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주’ 손모씨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이 1심 판결 직후 ‘손 씨가 무죄라면 김 여사 역시 무죄’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지난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돈을 댄 이른바 '전주' 손모씨에게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 씨는 애초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주가조작 방조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도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공산이 크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MBC뉴스하이킥에서 “추석 연휴가 끝나고 김 여사 공천 개입과 관련한 허리케인급 큰 폭풍이 몰아칠 것 같다”며 의혹보도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가 각종 의혹과 논란에 관해 국민들에게 별다른 사과 없이 공개행보를 보이는 것을 두고 여당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상한 사람한테 고가의 디올백을 받는 걸 전 국민이 다 봤는데 김건희 여사 본인이 한 번도 국민 앞에 나와 진솔한 자세로 대통령 부인으로서 ‘정말 잘못된 처신’이라고 사과한 적이 없다”며 “국민들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약간의 두려움이리도 있다면 제발 가만히 계시면 안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가 광폭 대외 행보로 그동안 각종 의혹에 관한 부담을 털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처치를 기록하며 국정동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로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조원씨앤아이가 발표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7.7%로 2022년 9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기록한 최저치와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비호감도가 높은 김 여사의 광폭행보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남 전 개혁신당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원인 가운데 큰 부분이 김 여사가 내조만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국민적 의구심 때문”이라며 “공개 활동을 넓히는 게 과연 지지율에 도움이 될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2일 "여사님은 앞으로도 약자와 소외계층을 돌보는, 그리고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행보를 꾸준히 하실 예정"이라며 “그 진정성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앞으로도 행보를 더욱 늘려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조원씨앤아이 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ARS(자동응답)·RDD(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