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방송사에서 메이크업을 하던 친구가 올해 초 개인 샵을 열었다. 메인 앵커들을 전담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터라 방송인들이 친구 샵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고 간다고 한다. 입소문이 나서 샵을 연 이후 주말조차 쉰 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친구의 직업 특성상 AI(인공지능)와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방송국과 학회, 기업에서 AI 아나운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주하 앵커를 모델링한 AI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AI 아나운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컨설팅리포트] AI와 일자리 변화, 미국 MZ세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생성형 AI 아나운서의 신산업분야 규제혁신 안건 보고를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제주도 대변인실에 입사한 AI 아나운서 제이나의 월급은 6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급여가 적을 뿐만 아니라 메이크업이나 의상에 들어가는 비용도 아낄 수 있어 경제적이다. 이처럼 AI 기술의 발전이 의외의 직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2022년 챗 GPT의 등장 이후 AI 활용이 대중화되고, 일자리 시장에서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자리 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AI의 영향은 산업과 직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AI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산업은 단연 기술기업이고, 은행이나 제약과 같은 지식 기반 산업이다. 반면 항공우주, 자동차, 첨단 전자공학과 같은 제조 기반 산업은 영향이 덜하다.

업무에서 AI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분야는 마케팅과 영업,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고객 관리와 백오피스 지원과 같은 서비스 운영이다. 이 세가지 영역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함께 AI를 사용할 때 가치 창출의 잠재력이 큰 분야다. 

MZ세대 직장인들은 이러한 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이 직면한 불안은 단순히 일자리 감소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AI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나 능력에 대한 자기 의심에서 비롯된다. 

AI 도입이 더딘 편에 속하는 한국과 달리 빅테크기업을 중심으로 AI 투자와 개발이 활발한 미국의 직장인들은 나름의 대처방안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기업이 직원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에 더 익숙한 직원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장 적게 가진 그룹은 X세대로 33%만이 걱정하고 있었다.

반면 가장 걱정이 많이 하는 사람은 Z세대로 52%가 대체를 우려하고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45%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생활을 해야 할 기간이 긴 세대일수록 자신의 일자리에 대한 위협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MZ세대는 AI 관련 기술 습득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해 변화하는 직업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AI 관련 교육과정이 일찍이 도입됐고 많은 대학과 교육 기관에서 AI와 관련된 강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Z세대는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 대신 AI와의 협력으로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AI의 도입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을 믿고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모델 개발, 자동화 관리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직종은 수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예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이들도 있다. 최근 미국의 Z세대 사이에서는 배관공, 용접공 등 숙련기술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을 다니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졸업장을 받더라도 안정적 일자리를 얻으려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반면 AI의 부상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은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의 약 3분의 2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괜찮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했고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절반가량도 자녀의 4년제 대학교 진학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직업교육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한 학생 수가 전년보다 16% 늘었다. 이는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컨설팅리포트] AI와 일자리 변화, 미국 MZ세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매니저.


과거에 비해 달라진 직업에 대한 시선과 연봉도 한 몫 한다. 미국 연봉 분석업체에 따르면 건설직 신입 직원의 연봉 평균값이 회계사나 IT 유지보수 업계 임금 수준을 능가한지 벌써 4년째다.

베이비붐 세대가 현장에서 은퇴하면서 숙련기술직 임금이 급등했고 미국 정부가 생산기지 본국 이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건설이나 제조업이 호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느리지만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설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AI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늘고 있고, 기업과 대학이 교육과정과 일자리가 연계된 제휴를 맺기도 한다. 정부도 AI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블루칼라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경비 아저씨’로 상징되는 아파트 경비 요원이 어르신 일자리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단순 순찰을 넘어 기계 장비를 조작하는 디지털 관리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에 급여나 복지 같은 처우가 개선됐다.

이에 따라 3040 젊은 경비원이 늘고 있으며, 고급 아파트일수록 젊은 경비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헤드헌팅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종종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관해 우려 섞인 질문을 받는다. 심지어 “헤드헌터라는 직업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라고 염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너무 부정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을 거치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수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근로자의 60%는 1940년엔 존재하지 않았던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고 지난 80년 동안 증가한 일자리 중 85% 이상이 새로운 기술로 인해 만들어진 일자리다. 윤애숙 커리어케어 브랜드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