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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단 덮친 워터리스크, 정부·석유화학기업 새 수자원 발굴로 돌파구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09-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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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단 덮친 워터리스크, 정부·석유화학기업 새 수자원 발굴로 돌파구
▲ 여수산단도 워터리스크에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때문에 장기적으로 가뭄 같은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근본적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물 재이용이나 해수담수화를 통한 새 용수원 확보가 절실합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에 입주한 한 석유화학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다른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새로운 수자원’ 발굴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생산활동에 따른 물 사용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기 힘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세계적으로 생산효율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물 사용량 절감으로는 더 개선할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상황’이란 기후변화로 더 심각해지고 있는 워터리스크(Water risk)를 뜻한다.

광주·전남 지역, 특히 주암댐 인근에서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5월 초까지 지속된 ‘최악의 가뭄’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가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물쓰듯' 물을 쓰는 한국에서 말이다.
 
여수산단 덮친 워터리스크, 정부·석유화학기업 새 수자원 발굴로 돌파구
▲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들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모두 225개 공장이 모여 있다. <여수시>
◆ 수십조 연 매출도 가뭄에는 어쩔 수 없다, 국내 석유화학기업 워터리스크에 노출

주암댐은 하루 최대 67만 톤의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주요 수원 역할을 한다.

여수산단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모두 225개의 공장이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다. 대개 연 매출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대기업들이다.

이 대기업들조차 가뭄 기간 동안엔 생산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여수산단 입주기업들은 물 사용량 절감을 위해 공장 정기보수 일정을 올해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겼다. 일부 업체는 냉각수 배출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가뭄이 길어지자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물 부족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지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왔다.

석유화학산업은 기본적으로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할 때 다량의 물이 필요하다.

에틸렌은 나프타(납사)를 고온에서 열분해한 뒤 다시 냉각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공업용수가 항시 들어간다.

석유화학업체들이 공업용수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역대급 가뭄으로 업체들의 우려가 한창 커지던 올해 6월, 다행히 장마가 근심을 씻어갔다. 6월25일부터 7월25일 한 달 동안 주암댐 인근에 900mm가 넘는 비가 온 것이다.

지난 한 해 영산강·섬진강 권역 강수량(950mm)에 육박하는 비가 한 달 동안 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에서 장마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수백 년 동안 6월 중하순이면 찾아왔던 장마가 국지성 폭우 형태로 바뀌고 지속기간도 짧아졌다.

아예 장마철이 사라진 적도 있다. 이번의 '역대급' 가뭄은 지난 해 6월말부터 시작됐다. 정확히는 '마른 장마' 즉 시기적으로 장마철인데 비가 적은 상태가 긴 가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제 물 부족은 매년 장마철이면 무조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여수산단 덮친 워터리스크, 정부·석유화학기업 새 수자원 발굴로 돌파구
▲ 사진은 지난해 6월6일 전남 화순군 사평면 주산리 주암호 상류. 주암호는 주암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광주와 전남의 상수원이자 여수국가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연합뉴스> 
 ◆ "기후변화와 관련한 물 관리 인프라 문제는 한 기업이 풀 수 없다", 정책 지원 필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추세 속에 석유화학업체들이 처할 워터리스크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여수산단에 입주한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모두 올해 내놓은 각각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환경·사회·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물 부족을 주요 리스크로 진단했다.

특히 몇몇 기업들은 최근 주암댐을 포함한 광주·전남 지역 가뭄을 특정해 주요 리스크로 소개했다.

한화솔루션은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최근 주된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주암댐 가뭄 단계 상향’을 명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남 지역의 가뭄으로 인한 여수산단의 공업용수 부족 사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물 공급체계를 추가하고 새로운 수자원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점차 실행에 옮기고 있다. 새로운 수자원확보는 기업들의 필요와 궤를 함께 하는 부분이다.

다만 여수산단이 국가산업단지인 만큼 정부의 의지,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는 과제도 남겨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수산단에 입주한 다른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물 관리 인프라 문제는 국가산단에서 한 기업이 풀어갈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며 “정책적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근원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 부족에 따른 가동 중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각 기업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정부, 지자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 말했다.
 
여수산단 덮친 워터리스크, 정부·석유화학기업 새 수자원 발굴로 돌파구
▲ 기후변화로 장마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장마기간에 남부와 제주 지역에선 평년보다 짧은 기간 동안 적은 비가 내렸다. '마른 장마'였다. 이 때문에 그후 300여일 동안 이어진 역대급 가뭄 때 여수산단 등 남부 지역 기업들은 물 부족에 시달렸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 정부, '지금껏 경험 못한 기후변화' 전제로 물 공급 체계 조정 및 신규 수자원 확보 나서

수차례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온 환경부는 지난 4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을 수립했다. 현 정부 아래 가장 먼저 수립된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이다.

특히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점을 반영해 가뭄 대책을 수립한 것이 특징이다.

환경부는 이번 가뭄 대책을 세울 때 장래 물 수요 예측값과 주요 댐의 물 공급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최대 가뭄 때뿐 아니라 미래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일명 ‘극한 가뭄’ 상황을 함께 고려해 정책을 수립했다.

환경부는 이번 가뭄 대책 가운데 여수산단의 공업용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의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대책은 크게 물 공급체계 조정 및 신규 수자원 확보로 나뉜다.

환경부는 물 공급체계 조정 방안의 하나로 진행되는 ‘장흥댐-주암댐 연계 사업’의 기본구상 용역을 7월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주암본댐에서 6개 시군에 공급하는 물량 가운데 일부를 전남 장흥군 장흥댐에서 대체 공급할 수 있도록 도수관로를 연계하는 것이다.

또 장흥댐-주암댐 연계로 확보된 물량을 상황에 따라 여수산단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광양 4단계 공업용수도 개발 사업’도 예비 타당성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여수시는 이 사업의 예타 조기 완료를 위한 기본계획수립 용역비 예산 5억 원 지원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공업용수도 사업은 공업용수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목적댐 등에 의해 확보된 물을 주요 산업지역까지 공급하기 위해 공업용수도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광양 4단계 사업은 장흥댐과 주암댐 연계로 확보된 여유 수량을 여수산단에 공업용수로 공급할 수 있도록 45.7km의 도수관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다.

대체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여수시 공공하수처리시설 내 재이용수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사업도 올해 6월 착공했다.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여수산단에 해수담수화 설비를 신규로 설치하는 사업도 7월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다. 해수담수화는 용수로 직접 사용하기 힘든 바닷물에서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제거하는 수처리 과정을 말한다.

환경부는 여수산단의 발전 온배수 등을 활용한 해수담수화시설을 건설해 여수산단에 사용 가능한 용수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월 가뭄 대책을 발표하며 “이번 중장기 가뭄 대책은 광주·전남 지역에 다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더라도 주민 삶과 국가 경제에 지장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수=장상유 기자
 
여수산단 덮친 워터리스크, 정부·석유화학기업 새 수자원 발굴로 돌파구
▲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 모식도 일부. 장흥댐과 주암댐을 연결하는 도수관로 연계, 주암조절지댐 아래 이사천 취수장에서 여수산단을 잇는 추가 도수관로 설치(대책1-2) 등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외 주요 기업과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한국위원회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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