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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기술기업이 맞닥뜨리는 또 다른 난관, 1원 입찰

이경만 aba.chairman@gmail.com 2023-08-2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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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기술기업이 맞닥뜨리는 또 다른 난관, 1원 입찰
▲ 인공지능(AI) 핵심기술을 개발한 A기업은 B공기업의 입찰을 형식적 절차로 여겼지만 결국 입찰가로 1원을 쓴 C기업이 낙찰을 받았다. <픽사베이>
[비즈니스포스트] 필자는 그래픽통계 서비스인 통계뱅크를 구축해서 이제 전국 지자체와 중앙정부, 공공기관에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곳들은 전부 나라장터에서 입찰하고 공급자를 선정한다. 최근에 필자도 나라장터에 등록하고 입찰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걱정이 생기고 있다. 내 상품이 유일하긴 하지만 만약에 다른 업체가 1원 입찰로 치고 들어오면 어쩔 것인가? 이런 일이 비즈니스 업계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즉 향후 사업 전망이 밝고 사업이 단계별로 진행될 때는 1단계 사업에서 입찰가를 대폭 낮추어 응찰한다. 낙찰로 얻을 수 있는 사업 주도권, 사례구축, 매출액 증대, 시공 능력 평가액 확보 등을 목표로 눈앞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일단 수익성은 뒷전이다. 중소기업이 프로젝트를 키워서 입찰 참여라는 단계까지 갔는데 다른 기업이 1원 입찰로 과실을 따간다면 그 중소기업은 어찌 되는가?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를 말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었다. 

A 기업 사장은 지난 3년간 AI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B 공기업에 사업을 제안했다. A사 기술은 혁신적이었다. B 공기업은 신규 사업으로 A 기술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B 공기업은 모든 계열사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기로 하고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은 입찰로 하게 되어 있어 이 사업도 입찰로 하였다. A 기업은 입찰을 형식적 절차로 여겼다. 시범 사업은 당연히 본인 몫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입찰 결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입찰가로 1원을 쓴 C 사업자가 낙찰된 것이다. C 기업은 관련 기술이 없었지만, 입찰에서 배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제안 가격을 1원으로 하는 바람에 입찰 관련 전체 점수에서 C가 낙찰받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을 준비하였던 A 기업은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법제처에 민원을 넣었지만, 결과는 합법적인 것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법제처의 의견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뿐만 아니라 ‘민법’의 유권 해석에 따르면 1원 입찰뿐 아니라 0원 입찰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 A 기업은 지난 3년 동안 투입한 투자비 3억 원을 날리는 것 뿐 아니라 향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었다. 이번에 낙찰되면 곧바로 자금이 들어와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금 운용에 큰 애로점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운영 자금 여력도 없고 투자받을 상황도 아니다. 회사의 운명에 회의를 느낀 직원들이 자꾸 떠났다. 

이런 사례는 업계에서 한두 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1원 낙찰은 특수한 경우이지만 최저가 낙찰로 생존하는 좀비 기업이 많다. 즉 벌써 없어져야 할 기업들이 입찰가를 원가 이하로 낮추어 응찰한다. 낙찰을 받아 일단 생존은 하고 보자는 식이다.

건설 분야 법령에서는 하도급 최저 낙찰가를 83% 이상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원도급 대비 30%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전기업종은 특히 더 그렇다. 왜 이렇게 30% 수준까지 낙찰가가 내려가는가? 일단 낙찰되면 곧바로 선급금 받고, 이것으로 급한 불을 끄면서 '목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좀비 기업 때문에 건강한 기업들까지 매출 기회를 얻지 못해서 동반 부실을 겪게 된다. 즉 정당한 가격을 받을 기회를 놓치고 시간이 갈수록 경영이 악화되는 구조적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위 사례처럼 좋은 기술을 가졌다고 해서 내가 낙찰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낙찰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혹여 경쟁 입찰이라도 할 때 내가 낙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사업에 꼭 필요한 특정 사양이 공개 입찰 시에 꼭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기술혁신제품이나 조달우수제품으로 등록해서 진행하면 입찰 시에 훨씬 유리하다.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최저가 낙찰 문제는 곧바로 부실로 연결된다. 지금 국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파트 건설공사에서 철근 빼먹기 등으로 건설 중인 건축물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국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수없이 지적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최저가 대신에 적격심사를 하고 있으나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

객관적 지표가 되는 가격대신에 기술이나 혁신성 등의 주관적 요소를 가지고 평가를 하면 좋으나 잡음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발주처는 객관적 지표인 가격만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려고 한다. 결국 객관적 지표인 최저가 낙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주관적 평가를 했다가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주관적 평가로 혁신 기술이나 상품에 높은 점수를 주거나 수의계약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신뢰 기반의 사회가 아니다. 결국 1원 응찰이나 최저가 낙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지난 몇 개월에 걸쳐서 지역의 유니콘기업이 거래시 맞닥뜨릴 수 있는 7가지 함정들을 정리했다. 전속거래의 유혹, 사업 탈취, 인재 유출, 기술 탈취, 낮은 단가, 담당자 교체, 1원 입찰 등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지역에서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경영환경이 이렇게 척박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사업 시작 후 만나게 되는 7가지 함정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의 본질적 어려움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들 함정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설명하기도 어렵다. 창업자는 원대한 희망을 갖되 이런 냉혹한 현실도 알아야 한다.

불공정거래 환경 때문에 실패한 CEO나 실패한 기업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성공하는 이유도 많다. 이런 경영환경을 잘 알아야 성공의 반열에 진입하는 것이다. 지역유니콘기업연합 회장 이경만
 
이경만 회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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