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지속적 실적 호조 흐름을 이어가면서 이를 통해 비축한 이익체력을 기반으로 증설을 통한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가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그동안 쌓은 이익체력을 기반으로 북미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북미 증설이 다소 더디다는 점에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지만 수익성 위주의 질적성장 전략을 통해 내실을 다져놓은 만큼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삼성SDI 2분기 실적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SDI는 배터리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2분기에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매출 5조8406억 원, 영업이익 4502억 원을 냈다. 1분기보다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19.9% 늘어났다. 이는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4분기 연속 매출 5조 원을 넘긴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며 1분기보다 실적이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하회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매출 8조7735억 원, 영업이익 6116억 원을 기록해 컨센서스보다 낮은 실적을 거뒀다.
SK온은 2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부문(SK온) 매출이 3조6천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실패해 57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2분기 배터리3사 가운데 유일하게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실적을 거둔 삼성SDI는 자금충당 능력에서도 차별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다.
SK온은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데 있어 외부 의존도가 높은 구조일 수밖에 없는데 반해 삼성SDI는 자금을 자체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여력이 있다.
SK온은 지난해 초부터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해 왔다. 재무적투자자란 사업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오직 수익을 위해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이에 따라 SK온은 지난해 12월부터 SK이노베이션 등 여러 투자자로부터 약 4조9700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약 11조8천억 원의 정책자금 차입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는 등 SK온은 최근 여러 곳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왔다.
▲ 삼성SDI는 상당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덕분에 향후 자금을 외부조달 할 경우에도 이러한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유리한 조달 조건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전시된 모습이다. < 삼성SDI > |
그러나 SK온은 이렇게 외부에서 차입으로 자금을 확보한 만큼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올해 1분기 기준 약 2조8685억 원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확보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자본도 약 17조2151억 원에 이른다.
삼성SDI는 향후 외부 자금이 필요해지더라도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최윤호 사장의 수익성 중심 질적성장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들이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삼성SDI는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보이며 이익체력을 과시했고 투자재원도 다량 확보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삼성SDI를 이끌기 시작한 뒤로 줄곧 다소 속도는 느리더라도 단단한 체력을 비축하며 증설에 나서는 ‘수익성 위주 질적성장’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는 지난해 7월 삼성SDI 52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삼성SDI가 글로벌 톱티어(최고)가 되기 위해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렇게 비축한 이익체력을 토대로 북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사우스벤드트리뷴에 따르면 미국 인디애나주 세인트조셉에 위치한 삼성SDI와 GM의 배터리공장 건설 장비들이 8월7일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파악됐다.
사우스벤드트리뷴은 세인트조셉 카운티 경제개발 담당 빌 샬리올의 말을 빌려 배터리 공장 건설 작업이 3주 안에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 최 사장은 지난해 삼성SDI를 이끌기 시작한 뒤로 줄곧 수익성 위주 경영에 집중해 왔으며 이렇게 비축한 체력을 토대로 북미 진출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최 사장이 올해 6월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글로벌 톱티어가 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 삼성SDI > |
두 회사는 해당 공장이 완공된 뒤 2026년부터 연산 30GWh가 넘는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게다가 삼성SDI는 24일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2공장)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두 회사가 짓고 있는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의 1공장은 당초 연산 23GWh 규모를 33GWh로 확대해 2025년 1분기부터 가동한다.
여기에 새로 지어질 2공장의 용량을 더하면 삼성SDI가 미국에서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만 해도 총 67GWh가 된다.
이렇듯 삼성SDI는 최근 행보에서 보이듯 미국 생산시설 확장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환경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첨단생산공정 세액공제(AMPC)에 따른 수혜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북미 시장 리더가 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며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을 포함해 북미 생산능력 100GWh를 조기에 확보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