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마이크 잡은 한은 총재 이창용,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금리인하 시기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방송기자클럽에서 주최하는 생방송 토론회에 나와 다시 한번 금리인하와 관련해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총재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경제 전망을 밝힌 것은 사상 처음이다. 

특히 3월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달이기 때문에 이 총재에 발언에 더욱 시선이 모아졌다.

게다가 3월 말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기 때문에 관심이 컸다.

이 총재의 발언은 불과 2주 전인 2월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통화정책의 전환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다만 이 총재는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시점에 대한 힌트를 던졌다.

국내 물가 상승률 경로가 한국은행에서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삼고 있는 2%대 수렴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 금리인하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4.8%를 보였던 2월 물가 상승률이 3월에는 4.5% 수준으로 내려간 뒤 올해 연말에는 3%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대로 물가 상승률이 흘러간다면 올해 연말부터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논의를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상당기간 연 3.50% 수준으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고물가를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이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불확실성이 전개되는지를 보고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이 금융통화위원들의 중론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물가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금리인상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물가가 한국은행의 예상경로를 벗어나 고물가 현상을 유지하거나 연준에서 금리인상 폭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공공요금 인상,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아 물가 예측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 미국 고용지표와 물가지표 등이 안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에서 통화긴축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도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폭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연방공개시장회의까지 2주가량 남은 6일(현지시각)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72.3%,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27.7%로 내다봤다.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한 달 전보다 24%포인트 정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5명이 연 3.7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했다”며 “다음 (금통위) 결정이 4월인데 FOMC 결정, 캐나다·일본 등 주요국의 금리 결정이 있어 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파적으로 해석될 요소가 없었던 점은 긍정적이다”면서도 “당장 8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미국 의회 증언, 3월 FOMC 등 4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많은 대외여건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