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융정의연대 대표 김득의 “금융권 횡령사고, 소도둑 막아야"

▲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 신한은행, 새마을금고 등 올해 들어 금융권 횡령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금융권이 예전부터 내부통제시스템의 강화를 강조했고 이에 따른 감시감독 체계가 모두 작동했는데도 횡령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KB저축은행 직원이 100억 원가량을 횡령해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8일 서울 영등포 금융정의연대 사무실에서 김득의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걸 막아야 한다.”

김 대표는 금융권 횡령 사고의 특성을 옛 속담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규모가 큰 횡령 사고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7일 구속된 KB저축은행 직원도 6년 동안 수차례 걸쳐 100억 원 가까이를 횡령했고 4월 터진 우리은행 횡령 사건도 10년에 걸쳐 이뤄졌다.

김 대표는 금융사 직원이 나쁜 마음을 먹고 돈을 빼돌린다면 이를 막기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가게에 방범시스템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도둑이 맘먹고 돈을 훔친다면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반드시 잡히고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신호를 준다면 직원들의 횡령 의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엄벌주의와 상시 감시시스템 강화를 꼽았다.

김 대표는 “금융권에는 일정금액 이하의 횡령이 이뤄졌을 때 직원이 변제하면 고소고발 없이 자체 징계로 쉬쉬하며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다”며 “평판 리스크와 온정주의 때문인데 이런 관행을 없애고 처음부터 엄벌에 처해야 대형 횡령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거래징후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말이 아니라 관련 문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상시 감시시스템을 통해 직원의 횡령을 단기간에 적발해야 한다”며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반드시 걸리고 감옥까지 간다는 것을 알면 직원들의 경각심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600억 원대의 초대형 횡령 사건인 우리은행 사태를 놓고는 횡령이 일어났다는 점보다 은행이 자체 감사를 통해 이를 적발하지 못한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 횡령 사고는 내부감사로 적발된 것이 아니라 그 돈이 필요해 돈을 줘야하는 상황이 돼서야 밝혀진 사건”이라며 “은행이 도둑놈을 끝까지 못 잡은 것으로 그 당시 내부통제시스템의 최고 책임자인 행장뿐 아니라 경영진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내부통제시스템의 완결판은 일정 금액 이상의 횡령을 금융사가 일정 기간 못 잡아내면 당시 경영진이 책임을 지도록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이 부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사의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으로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부활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과거 보통 4년에 한 번씩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했는데 박근혜정부에서 규제 완화 등을 이유로 종합검사 제도를 폐지했다.

금감원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종합검사 제도를 되살렸는데 정권 말 정은보 금감원장 취임 이후 검사제도 혁신TF(태스크포스)를 거쳐 올해 1월 다시 종합검사 제도를 없앴다.

김 대표는 “금융사들은 금감원한테 걸리면 징계를 받으니까 과거 종합검사를 앞두고 시스템 전반을 강도 높게 점검했다”며 “금융사의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금융사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다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윤석열정부 초대 금감원장에 오른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을 놓고는 안타까운 심정을 먼저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친금융회사 성향의 모피아가 오는 것보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그동안 금감원이 오죽 역할을 못했으면 이런 얘기가 나오겠냐”며 “금감원의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의 금융전문성을 향한 우려도 나타냈다.

김 대표는 “금감원은 감사와 조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금융피해자 구제 등의 역할도 종합적으로 담당한다”며 “먼저 금감원 부원장 정도로 와서 시야를 넓힌 뒤라면 모를까 검사 출신이 곧바로 금감원장에 오르는 것은 금융전문성 측면에서 부적합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 금감원장이 경제학 전공에 회계사 자격증이 있고 금융사건을 많이 다뤄 봐 금융전문가라고 하던데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무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법적 잣대만 들이대 금융사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금융정의연대 대표 김득의 “금융권 횡령사고, 소도둑 막아야"

▲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3월25일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경영진의 사모펀드와 채용비리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윤석열정부에 바라는 금융정책으로는 금융소비자 중심의 규제 강화를 꼽았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런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노력은 궁극적으로 금융권 횡령 사고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 대표는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과 관련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고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며 “금융사들이 잘못을 했을 때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있다면 횡령 사고 등 예방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67년 태어나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2005년까지 흥국생명에서 일하며 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2013년 금융정의연대의 문을 열었다.

내년이면 출범 10주년을 맞는 금융정의연대의 앞으로 목표를 묻자 그는 ‘금융정의’를 내세웠다.

김 대표는 “금융분야에도 과연 정의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2013년 금융정의연대를 출범해 여기까지 왔다”며 “여전히 금융사의 공공 의식은 낮은데 앞으로도 금융소비자 편에서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열심히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