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요구한 자구계획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 사장은 그동안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힘써왔지만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사장이 앞으로 자구안에 담을 수 있는 남은 카드가 인력감축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삼성중공업, 산업은행에 곧 자구안 제출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요구받은 자구계획안을 다음주 안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인력감축' 포함할까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자구책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박대영 사장과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작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중공업 채권단 관계자는 “실무진이 이 회장과 박 사장의 면담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5월 말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 시일 내에 면담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면담을 통해 박 사장에게 삼성중공업의 강력한 경영정상화 대책과 구조조정 속도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난 뒤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도 지난 4월 주채권은행인 함영주 KEB하나은행 은행장을 면담한 뒤 자구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박대영의 자구 노력

삼성중공업 내부 임직원들은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추가적 자구안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충분히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부터 해양플랜트부문의 대규모 손실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자 경영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박 사장은 2014년 500명을 회사에서 내보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1천여 명을 감원했다.

박 사장은 당시 조선업계 현안점검 간담회 등을 통해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은 없다”면서도 “강제성이 없는 희망퇴직은 상시적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인력감축뿐 아니라 사업과 큰 관련이 없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데도 힘썼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수원사업장을 매각해 310억 원을 확보했다. 당진공장과 사외기숙사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 등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을 매각해 2200억 원을 조달하는 계획도 세웠다.

박 사장은 올해 초 ‘2016년 조성해양인 신년인사회’에서 추가적인 자산매각 계획에 대해 “불필요한 자산은 모두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주력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신규 장기차입으로 1조6342억 원을 확보했다. 수출입은행에서 제작금융 명목으로 7100억 원을,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외화 환평형기금 5274억 원을 빌렸다. 회사채를 발행해 5천억 원도 조달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305.6%다. 대우조선해양이 부채비율 4265%로 일부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점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 자구안에 인력감축 규모 얼마나 담을까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삼성중공업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인력감축' 포함할까  
▲ 김종호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 사장.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일 “조선3사가 자구노력을 지속해왔지만 상황이 더 나빠졌다”며 “업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이 철저히 자구노력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추가 인력감축 등 강력한 자구안을 주문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구체적 인력감축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인원감축 규모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월1일자로 생산부문장을 신설하고 김종호 전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장을 생산부문장에 선임했다. 박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김 사장이 삼성중공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김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에서 파견을 나온 상무급 1명과 간부급 부장·차장 10여 명과 함께 주도적으로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공정혁신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생산현장과 협력사들을 다니면서 회사에 존재하는 비효율 요소를 제거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이 중복되는 사업과 불필요한 부서 등을 골라내면 부서통폐합과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감축 규모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10일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임금동결 방안을 회사에 제시했다. 회사가 일자리를 보전해주면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