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국내 주요 통신기업들이 성장정체에 직면하면서 기업가치 높이기 위해 성장사업부문을 떼어내 분할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분사를 통해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의 그늘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발굴 등에도 더욱 탄력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현모 사장은 최근 CEO 직속 조직으로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신설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KT 재편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KT가 올해 안에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이 포함된 사업조직의 물적분할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KT 관계자는 “분사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편 등 여러 가지 전략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은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기반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조직으로 그룹 경영과 사업전략부문을 총괄하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 성장을 이끄는 일을 수행한다.
KT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 조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부문이 소속한 B2B사업은 미디어와 함께 KT 내부에서도 그룹사 재편 차원에서 사업부 분할 등이 검토되는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로봇사업이나 인공지능분야처럼 KT 안에서 좀 더 키워야 할 사업들과 비교해 시장에서 기본적 입지를 다져뒀기 때문이다.
또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단계에 들어서 분사를 통해 전문법인으로 운영하는 데 따른 상승효과도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도 분사를 고려할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T에게 사업분할은 거대한 통신업에 매몰된 각각의 성장사업에 관해 시장의 관심을 끌면서 전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좋은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KT는 네이버, NHN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자다.
2015년 처음으로 공공기관 전용 클라우드인 ‘G-클라우드’를 내놓으면서 클라우드서비스사업에 빠르게 뛰어들어 까다로운 보안인증 등 문제로 해외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공공·금융 클라우드시장을 중심으로 입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과 함께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클라우드시장은 현재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등 글로벌기업들이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디지털뉴딜정책사업을 통해 클라우드산업 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카카오 등 새로운 사업자들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을 세워 공공클라우드시장부터 발을 들이고 있다.
해외 경쟁자들의 위상이 높은 가운데 국내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 경쟁자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KT가 현재 국내 클라우드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선두대열에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은 비대면과 5G시대 기업 디지털 전환사업의 기본 인프라이자 핵심 영역으로 시장 자체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분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키워볼 가치가 충분한 영역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 서비스는 기업들이 IT 자원 구축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서버와 소프트웨어 등을 인터넷을 통해 단순히 빌려 쓰는 방식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팩토리, 원격의료, 실감형미디어, 클라우드게임, 자율주행, 로봇사업 등 비대면시대 주목받는 다양한 첨단 서비스들을 빠르게 개발하고 지연 없이 제공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위상이 커졌다.
구 사장이 KT의 새로운 성장동력사업으로 힘을 싣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플랫폼과 솔루션사업에서도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부문 경쟁력은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구 사장이 2020년 7월 클라우드부문 서비스 개발과 수주 등 업무를 포함한 디지털뉴딜 협력 전담조직을 만들었고 자체 클라우드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계속해왔다.
KT는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합친 통합서비스, 공공·금융·제조 등 각 산업별로 특화한 맞춤형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선보여왔다. 올해 6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공·금융클라우드에 치우쳐있던 사업영역을 일반기업 클라우드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KT의 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와 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서비스 상품들을 연계한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기업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구 사장은 이밖에도 국내와 해외 정부기관, 기업 등과 손잡고 해외 산업단지 등에 인터넷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T 클라우드 및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의 로드맵을 멀리 크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KT는 2018년 이후 클라우드 매출이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분기 B2B영역 인공지능·디지털전환사업부문 매출이 6% 수준으로 늘어난 데도 클라우드서비스 및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 호조의 덕이 컸다고 KT는 설명했다.
다만 KT 클라우드 매출은 2020년 기준 1천억 원 수준에 머문다. KT는 이런 클라우드사업 매출을 해마다 2배 이상 증대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워뒀다.
구 사장은 지난해 3월 KT 대표에 취임하면서부터 그룹 전체의 리스트럭처링(사업구조 개편)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구 사장은 2020년 10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뒤 B2B분야 같은 KT의 성장사업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 신사업을 어떤 영역 어떤 틀로 들고 갈 것이냐는 부분 등 그룹의 구조적 변화를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며 “2021년에는 이런 부분에서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8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즌 사업조직을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디어 등 주요 성장사업부문의 분할 행보를 본격화했다.
구 사장은 13일 KT송파빌딩에 엔터프라이즈사업부문과 인공지능·디지털혁신융합사업부문 조직을 이전하면서 “KT송파빌딩 출범은 디지털플랫폼사업 가속화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KT는 차별화한 B2B사업, 디지털 전환 관련 사업성과로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