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NHN 사장이 네이버 조직을 개편했다. 팀 단위 제도를 폐지하고 본부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셀’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모바일과 글로벌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더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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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NHN 대표 |
4일 NHN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2일 네이버 조직을 개편하면서 기존의 팀제를 폐지하고 ‘셀’이라는 신규 부서를 만들었다. 웹툰·웹소설, 동영상, 사전, 클라우드 등 6개로 구성된다. 김 사장이 그동안 모바일 환경에서 세계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부문들이다.
팀제 폐지는 의사 결정 단계를 줄이고 직원들의 독립적 업무 환경을 보장하려는 조치다. 기존 체제에서 팀은 네이버 직원들이 모인 가장 낮은 단계의 조직이었다. 팀에서 모인 논의가 실과 랩으로 올라간 뒤 센터와 본부를 거치면서 최종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식이었다.
새로 만든 조직 체제에서 셀은 본부 바로 밑에 위치한다. 하나의 셀마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모든 구성원을 모았다. 이를 통해 한 셀이 하나의 벤처기업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은 조직 개편의 의의를 설명하는 이메일에서 “관리 중심의 조직 구조에서 일의 속도가 떨어지며 직원들도 작게 나뉜 조직 안에서 기계적 업무만 할 수 있다”며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이고 완결적으로 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김 사장이 모바일 환경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네이버가 내놓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거둔 성공을 다른 서비스에서도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네이버는 지난 2일 라인의 전 세계 가입자 수가 4억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네이버의 성장 동력이었던 온라인광고 수입이 정체인 것도 이번 개편의 이유로 해석된다. 주요 수익원인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지난해 3235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7%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사장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딛고 해외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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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네이버가 발표한 새 모바일 심볼. 초록색 정사각형에 네이버 영문 머리글자인 'N'을 넣었다. |
실제로 김 사장은 4일 한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네이버는) 한 분야에 포커스를 잘해 확실한 안타를 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집중하는 분야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다”라고 밝혔다.
김 사장의 뜻대로 네이버는 지난해 라인의 글로벌 광고비로 2472억 원을 쓰며 공격적 선전에 나섰다. 1일 모바일을 겨냥한 새 심볼을 내놓기도 했다. 초록색 정사각형 안에 네이버의 머리글자인 영문 대문자 ‘N’을 넣었다. 예전 로고보다 모바일 환경에서 훨씬 눈에 띄는 심볼이다.
셀 체제를 통해 네이버가 주력할 모바일 서비스는 웹툰이다. ‘신의 탑’·‘노블레스’·‘소녀 더 와일즈’ 등 인지도 높은 작품과 작가를 다수 보유한 네이버 웹툰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올해 하반기에 ‘라인 웹툰’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김준구 웹툰·웹소설 부장은 “언어권에 따라 적합한 (웹툰) 작품을 선정해 제공하겠다”며 “현지 창작자 참여를 유도하는 등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계획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