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무자격자 대리수술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의료계를 대변해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문재인 보건의료정책을 향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정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협상을 하면서 의료계의 기대만큼 강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다소 입지가 흔들렸다.
◆ 최대집, 수술실 CCTV 설치 저지 노력
최 회장은 12일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개토론을 요청받았으나 응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이 지사가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 참가자 등을 결정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지사는 9월16일 경기도 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시범운영을 거쳐 2019년부터 수술실 CCTV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에 인권 침해 우려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이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하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당초 최 회장이 토론 제의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성사되는 듯 보였으나 결국 무산됐다.
최근 의료기기 직원의 대리 수술 논란이 대두되면서 의료사고 예방과 환자의 알권리 보호 차원에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진료권이 위축될 수 있고 인권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의료계를 대변해 수술실 CCTV를 놓고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그는 12일 KBS1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느 국가도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사례는 없다”며 “경기도의 CCTV 설치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을 퇴출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의료계를 향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자격자 대리 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져 온 데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동일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대리 수술 실태 조사를 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난 의사는 회원 자격 정지와 면허 취소 요구 등의 징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 의사협회가 자율 징계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 문재인케어 합의로 의료계 실망, 입지 회복할까
최 회장은 최근 리더십이 다소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CCTV 설치 움직임을 막아낸다면 최 회장이 입지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최 회장은 올해 5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선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의사협회 회장에 올랐다.
최 회장은 이전부터 태극기 집회 참여와 탄핵반대 1위 시위 등을 하면서 보수적 정치성향을 보였다. 이 때문에 갈등을 빚더라도 정부 정책에 강경한 반대 전선을 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최 회장은 취임 뒤 시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나 전국의사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대응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9월27일 보건복지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 회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고 의료계가 제시한 문제에 정부와 공감대를 이뤄 포괄적 합의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온건노선으로 돌아서면서 정부와 합의까지 도출하자 의료계는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최 회장 등 집행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대응에서 손을 떼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3일 의협 대의원회에 비대위 구성 안건이 올라왔다. 비대위 구성은 대의원의 70% 이상이 반대하며 무산됐으나 취임 5개월 만에 최 회장의 리더십은 적잖이 타격을 입었다.
최 회장을 향한 불만이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기대했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