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올해 판매 부진에 빠진 가운데 노동조합과 갈등에 또 다시 생산 차질을 빚으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노조가 제네시스 G80 하이브리드 등 신차 테스트 모델 생산라인을 막아서면서 신차 출시 일정 지연과 판매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G80'. <현대자동차>

2026년 10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에서 기아가 현대차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지난 여름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에 이어 또 다시 생산 차질에 노출되면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올해 내수 1위 자리를 기아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이 이틀째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는 지난 2일 오전 울산 5공장 1라인 제네시스 의장부에 준대형 세단 G80 하이브리드 테스트 모델을 투입했는데, 노조 대의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은 지 두 달 만에 다시 갈등을 빚는 것으로 생산 중단이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측은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무단 라인 정지에 따라 제네시스 의장부 전체 직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한다”며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직원들 임금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속히 정상적 생산이 이뤄질 수 있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제네시스 신차 양산 진행 과정에서 맨아워(MH) 노사 협의가 불발되면서 발생했다. 맨아워는 차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노동 투입량을 의미한다.

신차가 투입되면 기존 공정이나 작업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현대차 단체협약은 신차 양산 90일 전에 노사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사측은 G80 하이브리드와 대형 세단 G90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양산을 위한 맨아워 합의를 추진했지만, 노조가 거부하면서 협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신차 투입 이후 생산라인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생산 인원을 줄이려는 사측의 무리한 요구가 불씨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맨아워 협의가 되지 않으면 생산라인 가동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신차 테스트 모델 생산을 막아선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파업 중이던 지난 7월 말 울산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신형 투싼 시험 모델 생산을 막아선 적이 있다.

투싼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은 지난 8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테스트 모델 생산이 늦어지면서 출시가 2개월 정도 지연됐다.

회사 안팎에서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 <현대자동차>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금 중국차, 테슬라에 점유율을 다 뺏기고 있는데 뭐 하는 것이냐”, “노조가 저러니까 로봇을 투입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 등 대부분 노조의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이 잇달아 올라왔다.

현대차가 올해 판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네시스 생산과 신차 투입까지 차질이 생기면서 판매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10월 국내 판매 4만904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8.9% 감소했다. 10월까지 누적 국내 판매는 49만722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6%나 줄었다.

이에 따라 최근 판매량이 늘고 있는 기아가 1998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연간 국내 판매에서 현대차를 앞지르고 내수 판매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기아는 10월까지 누적 국내 판매 48만7308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7.4% 증가했다. 10월 누적 기준 현대차와 판매량 차이는 9915대에 불과하다. 10월 국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7.5%가 증가했다.

남은 두 달 동안 현대차의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 감소가 이어지면 기아가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는 지난 10월29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추석 연휴로 전년 동기보다 영업 일수가 줄어든 가운데 파업 영향까지 더해져 생산량이 계획에 비해 크게 미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진행하면서 생산라인 가동을 모두 120시간 중단했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약 5만5천 대로 추산됐다.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1개에서는 시간당 약 27대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생산 가능 시간인 16시간 동안 가동이 멈추면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432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

G80 하이브리드와 G90 부분변경 모델은 모두 제네시스 판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모델로 꼽힌다.

G80은 제네시스 라인업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높은 모델이다. 지난해 제네시스 판매 11만8398대 가운데 판매 비중 33.9%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이번 G80 신차에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했다. GV80 이후 두 번째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G90은 지난해 제네시스 라인업 가운데 4번째로 많이 팔렸다. G90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된 것은 2021년 12월이다. G90 부분변경 모델은 5년 만에 출시될 예정이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