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뚜기가 국내에서 케첩과 마요네즈 등으로 다진 소스 경쟁력을 해외에서 발휘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 더본코리아와 같은 식품기업들이 K푸드의 인기를 지속적인 소비로 연결하기 위해 소스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 오뚜기가 해외사업에서 라면에 무게를 두는 사이 국내 식품기업들의 해외 소스시장 공략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오뚜기 대풍공장 전경. <오뚜기>


1일 오뚜기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해외사업 확대 과정에서 소스보다 라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6월 일본 판매법인 오뚜기재팬을 설립하고 9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진라면 등 라면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소스와 참기름 등으로 판매 품목을 넓혀간다는 구상을 세웠다.

미국에서도 라면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오뚜기는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에 생산공장을 건설해 2028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라면을 비롯해 소스와 간편식 등의 현지 생산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서도 수출용 라면 생산시설을 추진하는 등 해외 라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물론 한국 라면을 향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라면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오뚜기가 국내에서 소스로 단단한 입지를 쌓은 데다 해외 소스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식품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뚜기가 해당 분야에 큰 행보를 보이지 않는 것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일각에서 나온다.

오뚜기는 국내 케첩과 마요네즈 시장에서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해 온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에서 케첩과 마요네즈 등이 포함된 양념소스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17.0%다. 면제품류(28.7%)에 이은 주요 사업이다.

전체 시장으로 넓혀도 오뚜기의 경쟁력은 단단해 보인다.

오뚜기는 대상, CJ제일제당 등과 함께 늘 국내 소스시장의 빅3로 꼽힌다. 각 회사마다 생산하는 소스의 종류가 달라 점유율을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오뚜기는 해마다 소스를 10억 개 이상 만들어내는 주요 기업이다.

하지만 경쟁사들과 달리 오뚜기는 해외 소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소스·조미소재 사업에서 매출 534억 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2% 늘었다. 이 가운데 수출이 36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5.4% 증가했다.

삼양식품이 소스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불닭볶음면의 인기를 라면 이외의 식품 소비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닭소스를 별도로 판매하면 소비자가 라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닭고기나 볶음요리 등 다양한 음식에 불닭 특유의 매운맛을 활용할 수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도 해외 소스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더본코리아는 기업 사이 거래(B2B) 소스 브랜드 'TBK'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직접 영업맨으로 뛰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현지 식품 유통기업 JFC인터내셔널과 위즈메탁 아시안 푸즈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TBK 소스 시연회를 세 차례 진행했다.

JFC인터내셔널 본사에서는 갈비양념소스와 양념치킨소스, 떡볶이소스 등 9종의 소스를 활용해 12가지 요리를 선보였다. 이후 현지 기업들과 B2B 소스 공급과 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B2C), 가정간편식(HMR) 개발 등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미국 식품 유통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TBK소스 소개·시연회를 열고 있다. <더본코리아>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K소스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비비고 K소스의 해외 매출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2% 증가했다. 판매 국가도 60여 개 나라에 이른다.

CJ제일제당은 소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취지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스 인덱스'라는 상표도 출원했다.

이들 기업의 사업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소스를 활용해 한국 음식의 소비 범위를 넓히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소스사업은 유행에도 덜 민감할 뿐 아니라 기업 사이 거래(B2B)가 주력인 만큼 매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오뚜기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소스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뚜기는 베트남에서 케첩과 마요네즈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대만과 홍콩, 태국 등 해외 맥도날드에 케첩과 버거소스, 너겟소스, 음료 시럽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버거킹에도 마요네즈를 납품하고 있다.

오뚜기가 단순히 국내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외식업체의 요구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다른 식품기업들이 해외 소스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거래처와 판매망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뚜기는 이미 확보한 글로벌 외식업체 공급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오뚜기는 라면을 앞세워 현지 유통망을 넓힌 뒤 소스와 간편식 등으로 판매 품목을 확대해 시장 진입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쓰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소스류는 나라별 식문화, 글로벌 기업과 경쟁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의 K소스 인식도 아직 전통 장류 중심인 만큼 별도의 시장 진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라면을 전략적인 선도 제품으로 활용해 초기 유통망과 소비자 기반을 구축한 뒤 축적된 시장 접점을 바탕으로 소스류와 간편식 등 다양한 식품 카테고리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