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상반기 순이익 개선에도 편히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2026년 상반기 증시 활황에도 본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물론 증권업계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퇴직연금 사업에서도 경쟁력이 지속해서 약화해서다.
 
현대차증권 '증시 활황'에도 영업이익 후퇴, 배형근 퇴직연금 뒷걸음도 부담

▲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첫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배 사장은 올해가 임기 3년차로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로 평가된다. 배 사장은 남은 임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영업 활동을 강화하며 퇴직연금 시장 경쟁력 강화와 실적 개선을 노린다.
 
18일 자기자본 1조 원 이상의 국내 상장 증권사 12곳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유일하게 줄었다.

14일 공시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514억3천만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5% 감소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상반기 증시 호황에 따른 거래대금 급증 등에 힙입어 역대급 실적을 냈다. 다수의 상장 증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50% 이상 늘어난 가운데 현대차증권 실적은 홀로 뒷걸음질 친 셈이다.

현대차증권도 상반기 순이익은 593억1천만 원으로 1년 전보다 48% 늘었다. 다만 이 역시 일회성 영업외수익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은 상반기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증권(ABCP) 소송과 관련해 손해배상금 245억 원을 영업외수익으로 반영했다. 이를 제외하면 상반기 증시 호황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 경쟁력 후퇴도 현대차증권의 약점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9조135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0.3%(551억 원)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14곳은 적립금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36.5%·13조9225억 원), 삼성증권(33.4%·7조346억 원), 한국투자증권(27.3%·5조6556억 원) 등 업계 1~3위 경쟁사 적립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차증권은 적립금 순위에서도 지속적으로 밀려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는 4위다.

배형근 대표 임기 첫해였던 2024년 말에는 2위였으나, 지난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밀리면서 4위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 분야의 높은 'DB형 의존도'가 경쟁력 악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상반기 현대차증권의 확정기여형(DC) 적립금은 1조730억 원, 개인형퇴직연금(IRP)은 2조5297억 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44.5%와 23.6% 늘었다.

반면 확정급여형(DB) 적립금은 5.3%(8686억 원) 줄어든 15조5326억 원에 그치며 전체 적립금 감소세를 이끌었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DB 부문에서 사업 기반과 경쟁력을 축적해 온 만큼 전체 적립금에서 DB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현대차증권 '증시 활황'에도 영업이익 후퇴, 배형근 퇴직연금 뒷걸음도 부담

▲ 올해 상반기 현대차증권의 영업이익과 퇴직연금 적립금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배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연임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 사장은 현대차 전략기획담당과 현대모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친 그룹 재무라인 인사로 2024년 3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수습을 위한 '소방수'로 현대차증권 대표에 올랐다.

현대차증권이 장수 CEO가 많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상대적으로 CEO 연임에 박한 증권사라는 점도 배 사장 연임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10년 동안 현대차증권에서 연임에 성공한 CEO는 없다.

현대차증권에는 2014년부터 김흥제, 이용배, 최병철 등 세 명의 대표이사가 거쳐갔다. 김흥제·이용배 전 대표는 모두 연임 없이 첫 임기만 채운 뒤 물러났고, 최병철 전 대표는 2023년 재선임 됐지만 1년 만에 사임했다.

배 사장은 남은 임기 퇴직연금에서 DB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은 취임 이후 2024년 현대차증권에 DC형 영업 전담조직을 설치했고, 최근에는 비대면으로 가입한 IRP 고객도 희망할 경우 지점의 상담과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지난해 말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도 새로 선보였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현재 기존 DB 중심의 사업구조를 DC와 IRP로 확장하고 있다"며 "상담, 대면 접점, 디지털 플랫폼을 종합적으로 강화해 DC·IRP 고객에게 보다 편리하고 체계적인 연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