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한방병원 보험사기 의혹을 직접 언급하면서 자동차보험 과잉진료 개선 논의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나온다.

손해보험업계는 그동안 자동차보험 관련 경상환자 장기 과잉치료를 제한하는 이른바 ‘8주 룰’ 도입 등을 요구해 왔다.
 
이재명도 언급한 '한방병원 보험사기' 의혹, 손보업계 숙원 '8주 룰' 도입 힘 받나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업무보고에서 직접 한방 보험사기를 언급했다. 사진은 업무보고 실시간 중계 갈무리. < KTV국민방송 >


16일 보험업계는 전날 진행된 경제부처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방병원 보험사기가 직접 언급된 점에 주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얼마 전 뉴스에 한약 보험사기가 나온 걸 봤다”며 금융감독원의 대응책을 물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확보한 정보와 자료를 정리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등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자생한방병원을 둘러싼 보험사기 의혹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4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는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사전 조제된 한약을 대량 처방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보험금을 부당 청구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9일 서울 강남구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 등 5곳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다만 자생한방병원은 16일 낸 공지에서 “보도에서 언급되는 ‘교통사고 환자에게 미리 제조된 한약을 처방해 수백억 원대의 자동차보험 사기 혐의가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모든 진료와 처방은 환자 치료와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며 의료법을 비롯한 관계 법령을 준수해 왔다”며 “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될 원칙이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사실에 근거해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직접 언급한 것 자체가 자동차보험 과잉치료 문제와 관련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손해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일부 한방의료기관의 장기진료와 과도한 한약 처방 등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해 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5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보험 의과 진료비가 2024년 1조1051억 원에서 2025년 1조1065억 원으로 약 14억 원(0.12%)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한방 진료비는 1조6151억 원에서 1조6972억 원으로 약 821억 원(5.08%) 늘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동차보험 환자 이용 양상을 볼 때 한방병원 중심 증가세가 뚜렷하며 의원급 의료기관 환자 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문제를 해결할 대표적 개선 방안으로는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제한하는 이른바 ‘8주 룰’ 도입 등이 꼽힌다.

8주 룰은 경상환자가 ‘통상의 치료 기간’인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진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추가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말한다.

정부는 자동차보험 과잉진료를 구조적으로 줄이기 위해 올해 2월 8주 룰과 향후치료비 개선 등을 담은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 등으로 시행이 미뤄졌다.
 
이재명도 언급한 '한방병원 보험사기' 의혹, 손보업계 숙원 '8주 룰' 도입 힘 받나

▲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는 2월 자동차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경상환자 장기치료와 향후치료비 지급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자동차보험 현황 자료 갈무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며 8주라는 기간은 자동차보험 적용 경상환자 가운데 90%가 8주 안에 치료를 완료한다는 통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이 7일 진행한 ‘자동차사고 보험사기 방지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2024년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평균 진료비는 2015년보다 91.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상자 평균 진료비는 2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상환자 진료비 증가율이 중상자의 3.6배에 이르는 셈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누적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누수되는 보험금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바라본다.

보험금 누수가 줄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은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이 줄면 개인 자동차보험료가 약 3% 인하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단속과 함께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8주 룰 도입은 오랫동안 손해보험사들이 바라왔지만 아직 시행되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