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당국과 민간 금융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사진은 2026년 4월3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및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앞줄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농협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지방선거 이후 주요 정책들이 속도를 내며 상황이 바뀔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막상 눈에 띄게 바뀐 것은 없고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연초부터 가이드라인이 나올 거란 얘기가 있었지만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에 회장 선임을 마친 곳도, 아직 진행 중인 곳도 긴장감 속에 금융당국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역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시장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정책과 맞물려 이주비 등 일부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힘주는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확대도 가계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미지수다.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받고 있어 조심스럽게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부분은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영업전략을 세우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8주 룰’ 도입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8주 룰은 교통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별도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다.
무분별한 장기 과잉진료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이 추진됐다. 애초 올해 1월1일 시행 예정이었다가 3월1일로 한 번, 4월1일로 또 한 번 밀렸고 지방선거 이후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여전히 표류 중이다.
금융권 모든 업권이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 합종연횡하며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 입법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다가는 무한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6일 포괄적 주식교환 시기를 연말로 미루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양사가 기업결합 계획을 발표한 뒤 3월 일정을 한 차례 늦춘 데 이어 또 다시 연기한 것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결합을 진행할 경우 향후 주식교환이나 비중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가상자산업계는 시장은 빠르게 크고 있는데 명확한 규제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사진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4번째)이 2026년 7월2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속도감 있게 추진했던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5부제 할인 특약’은 도입되자마자 사라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7월1일에 맞춰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를 전면 해제하면서다. 차량 5부제가 사라지는데 5부제 할인 특약이 있을 리 만무하다. 주요 보험사들은 6월에야 전산개발을 마쳤다던데 애꿎은 시간과 비용만 들인 셈이 됐다.
최근 카드업계에서는 미사용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전환하는 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이 6월 말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면서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포인트를 이미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지역화폐로 바꿔주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을까,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면서 상장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레버리지 ETF 출시를)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월드컵 시즌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금융산업이 하나의 축구팀이라면 감독은 누구일까. 아마 금융당국이 아닐까.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면 좋은 선수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시대 한국 경제의 스케일이 달라지고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사적 전환점에 섰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아직 아니다. 국내 금융산업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발전했다지만, 코스피가 5천을 훌쩍 넘어 1만시대를 바라보고 있다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6월만 봐도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 상장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고 한국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또다시 편입되지 못했다.
제조업이 월드클래스라고 금융도 덩달아 월드클래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접 필드에서 뛰는 민간 금융사의 혁신 노력은 물론, 풀어줄 건 풀어주고 조여야 할 건 확실히 조이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발전 방향성을 잡아주는 금융당국의 감독 역할도 중요하다. 이한재 금융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