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인 미국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미국 나스닥 상장설과 매각설이 연이어 불거지는 등 자본시장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9년째 자금이 묶인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요구가 임계점에 달하자 류긍선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도 지배구조 재편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사업 다변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전력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 2대주주 TPG 엑시트 본격화, 류긍선 '피지컬 AI' 앞세워 사업 재편 '진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사진)가 2대주주의 자금 회수 압박 속에서 회사의 성장성과 기업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인 TPG는 최근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 작업에 착수했다. TPG 컨소시엄은 지난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컨소시엄 합산 기준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전부 64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했다.

이미 투자 9년 차에 접어든 TPG는 사모펀드의 통상적인 최대 만기인 10년이 임박한 만큼 펀드 만기 연장이 사실상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지난해부터 회사의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자금 회수 방안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에는 국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의 경영권 매각 계약 체결 목전까지 갔다가 막판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고, 올해에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경영권 인수확약서(LOC)를 제출하고 실사를 추진했다는 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초 TPG는 경영권 매각이나 국내 증시 상장 등 다양한 자금회수 경로를 타진해왔다. 하지만 카카오그룹 전반의 쪼개기 상장 논란과 올해 통과된 상법개정안에 따른 중복 상장 규제 강화 탓에 국내 상장 길은 사실상 차단됐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TPG 주도로 미국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UBS 등을 글로벌 주관사로 선임하는 작업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도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카카오 그룹 자회사의 국내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모회사도 이전 기조와 달리 자회사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미국 상장이 그나마 현실적인 돌파구로 떠오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류 대표는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기업가치와 글로벌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외형적으로는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연간 매출 7393억 원, 영업이익 1155억 원으로 매출이 9.5%, 영업이익은 24.2% 증가했다. 2026년 1분기에도 매출 1826억 원, 영업이익 284억 원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16.4% 영업이익이 153% 급등하는 견조한 실적을 냈다. 

다만 매출 대부분이 한국 내수 시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로 꼽힌다. 

특히 간판 사업이던 택시 호출 분야는 정부의 규제와 수수료 논란에 지속해서 노출됐다.

5월 말에는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및 '콜 차단' 의혹 등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카카오 T 블루'를 단계를 밟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시장 점유율 90%를 넘겨 사실상 독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기존 구조로는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매출에서 그동안 회사의 주요 서비스던 모빌리티 서비스의 비중은 31.5%로 집계되면서 물류, 배송, 대리 등이 포함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32.2%)에 처음으로 추월당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2대주주 TPG 엑시트 본격화, 류긍선 '피지컬 AI' 앞세워 사업 재편 '진땀'

▲ 강은규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사업플랫폼 리더가 지난 5월13일 경기 성남 판교 카카오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가운데 류 대표는 자율주행과 로봇 배송 등 이른바 ‘피지컬 AI 플랫폼’ 신사업을 돌파구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초 '피지컬 AI' 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회사의 정체성을 단순 호출 앱에서 종합 모빌리티 AI 기술회사로 재정의하겠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지난 3월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회사로 거듭나겠다"며 "방대한 이동 정보와 호출부터 정산까지의 오퍼레이션 표준화 역량 등이 카카오만의 압도적 자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 AI 전략의 핵심은 현대차나 두산처럼 로봇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현실 세계에서 여러 제조사의 기기들이 충돌 없이 유기적으로 구동되도록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로봇 플랫폼'을 지향한다.

회사는 지난 5월 성남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미디어 스터디를 통해 이러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날 강은규 미래사업플랫폼 리더는 “앞으로는 제조사나 기종이 다른 로봇들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 운영하느냐가 로봇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로봇 제조사들끼리 서로 통신하고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만큼, 오히려 로봇을 제조하지 않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에 연동하는 쪽이 경쟁력이 있을 것"고 봤다.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도 류 대표와 신사업 전환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머지 않아 성과가 가시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TPG의 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외국 증시 상장 혹은 지분 매각 등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결론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