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MLCC 생산능력 키운다, 필리핀 3공장 증설로 '슈퍼 사이클' 정조준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필리핀 MLCC 공장 증설을 통해 다가올 호황기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에 도래한 '슈퍼 사이클'을 누리기 위해 장기공급계약(LTA)과 함께 필리핀 신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용 MLCC는 범용 제품보다 3~5배 많은 생산능력(CAPA)을 필요로 하는데, 기업들이 당장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만큼 MLCC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7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메모리에 이어 MLCC도 가격 상승 초입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MLCC가 차세대 메모리가 될 수 있다"며 "MLCC 수요 확대는 2030년경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특히 AI 서버용 MLCC 수요는 2025~2030년  약 4.3배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LCC는 전자제품 내부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부품이다. 회로에 흐르는 전류의 노이즈를 제거하여 기기의 오작동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글로벌 MLCC 시장은 일본의 무라타제작소가 약 40%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약 25%의 점유율로 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AI 서버용 고사양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의 점유율은 약 40%로 무라타(약 4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덕현 사장이 그동안 스마트폰·가전용 MLCC 비중을 줄이고, 기술 장벽이 높고 단가가 비싼 AI 서버용 제품을 위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꿔온 것이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AI 서버용 MLCC 글로벌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삼성전기의 가동률은 이미 99%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차세대 AI 가속기에서 MLCC 탑재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NVL72'는 서버 랙 1대 기준으로 60만 개 이상의 MLCC가 채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존 AI 가속기인 블랙웰 대비 2배가량 많은 MLCC가 탑재되는 것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MLCC 생산능력 키운다, 필리핀 3공장 증설로 '슈퍼 사이클' 정조준

▲ 삼성전기의 필리핀 법인 전경. <삼성전기>

이에 따라 MLCC 가격 상승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용 MLCC는 적층 공정 증가로 범용 MLCC 대비 3~5배 많은 생산능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세트 수요 회복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업계 전반의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2027년 MLCC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을 기존 22.6%에서 27.3%로 상향 조정했다.

MLCC LTA 체결 움직임도 시작됐다. MLCC 공급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필요한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장기 계약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LTA는 1년 이상의 기간을 단위로 물량과 가격 조건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삼성전기는 LTA 확대를 통해 MLCC 가격 하방을 제한함으로써, 향후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MLCC 수요 증가에 발맞춰 필리핀 칼람바 3공장 증설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공장 증설과 라인 고도화 장기적으로 투입될 규모는 약 1조2천억 원에 달하고, 이르면 2027년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 칼람바 3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삼성전기 전체 MLCC 생산 능력은 30% 이상 증가하고, AI 서버에 들어가는 MLCC 공급량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하이엔드 MLCC 수요 급증에 대응해 설비투자(CAPEX)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며 "고객사 연계 증설과 LTA 기반 수요 가시성 확보로 실적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