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조기대선 가능성으로 아파트 분양을 놓고 고심에 빠져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차기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어 부동산경기가 더욱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조기대선 전에 분양물량을 털어내려고 하는데 공급물량이 넘쳐 미분양이 늘어날 수도 있다.

건설사들은 3월 아파트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내며 손에 쥐게 될 성적표에 긴장하고 있다.

  건설사, 조기대선 전 아파트 분양물량 털기 총력전  
▲ 분양을 받기 위한 고객들이 국내 한 건설사의 견본주택을 둘러보고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3월 전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가구는 모두 4만7천여 세대다. 연초 계획인 3만1800여 가구보다 50%가량 늘었다.

아파트분양 성수기인 3월에 분양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연초 계획보다 분양물량이 급증하는 것은 2월 분양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의 분양정보를 분석한 결과 2월에 청약을 진행한 11개 아파트단지에서 1순위에 청약이 마감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60%가 넘는 7개 단지는 2순위 접수에서도 청약이 미달됐다.

‘김제 하우스디’는 모두 248가구를 모집했는데 13명만 접수해 청약경쟁률이 0.05대 1을 기록했다. 제주 서귀포시의 ‘서귀포시 표선 대진유토피아’(284가구)는 1순위에서 단 2명만 청약했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청약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특히 국내 정치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차기정부가 어떤 금융정책과 부동산정책을 내놓을지 예측하기 어려워 분양신청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약규제와 대출규제, 국정혼란 등의 여파로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한풀 꺾이면서 수요자들이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일이 드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애초 2월에 분양하려던 물량은 2만650가구였으나 43%인 8900여 가구만 분양이 확정됐다. 나머지는 모두 3월 이후로 연기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3월 청약결과가 올해 분양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에 부동산시장을 규제할 가능성이 더욱 커 시장의 분위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3월 청약성적이 잘 나와야 그나마 이후에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에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미분양사태가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아파트가 공급과잉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건설사들은 큰 부담을 안고 3월 분양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인용해 조기대선이 확정되면 건설사들은 분양일정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국면과 맞물릴 경우 분양홍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다 소비자의 관심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설사들이 손을 놓고 있기도 힘들다. 대선주자들이 주택보유세 인상 등 규제에 방점을 둔 보수적 부동산정책을 내세울 가능성이 커 대선 이후의 부동산시장의 전망도 더욱 불투명하다.

또 하반기에 아파트 공급과잉과 금리인상,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의 여러 이슈들이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 정책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분양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조기대선 등이 변수가 되고 있다”며 “3월 분양성적이 올해 분양시장 성패를 가를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