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주요 석유화학기업과 상반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석유화학기업들은 상반기 호조와 하반기 부진 즉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은 주력인 합성고무 제품군의 지속적 가격 강세에 힘입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를 지난해보다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 주력 합성고무사업 '역래깅' 비껴서, 박준경 하반기 실적 확대 가능성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


26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석유화학 업종의 하반기 실적 전망을 놓고는 대체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1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에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이익 1650억 원을 내며 전년 동기 영업손실 563억 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49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35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석유화학 기업들의 1분기 호실적은 이란 전쟁 발생 이전에 비교적 싼 가격에 사놓은 원재료를 투입해 비싼 값에 석유화학 제품을 판매하는 시차 구조 시차에서 비롯된, 이른바 ‘래깅 효과(lagging effect)’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비싸게 주고 산 원재료의 투입 비중이 높아지고 이란 전쟁에 따른 석유화학 공급 부족의 긴장감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석유화학 기업들은 래깅 효과의 반대 현상, 즉 실적에 부정적인 '역래깅'을 겪으면서 수익성에 크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 공급 과잉의 해소 가능성이 낮은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판매가격과 제조원가 차이)의 약세는 장기화할 것”이라며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2022년부터 지속된 구조적 스프레드 약세 구간을 탈피할 만한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 개선 요인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준경 총괄사장으로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을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역래깅 효과의 발생을 앞두고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인 합성고무 제품군의 가격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당분간 적어도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합성고무 가운데 특히 NB라텍스는 톤당 수출가격이 지난해 12월 618달러에서 올해 5월 1600달러대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NB라텍스는 의료용 고무장갑 등에 원재료로 사용되며 금호석유화학의 연간 합성고무 생산능력 197만 톤 가운데 절반가량인 95만 톤을 차지할 정도의 핵심 주력 제품이다.

NB라텍스 가격이 다른 석유화학 주요 제품과 달리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는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세계적 공급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주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요인이 사라져도 NB라텍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NB라텍스의 가격 상승은 단순한 원가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미국의 대중국 장갑 관세 100% 본격 시행, 역내 NB라텍스 설비 폐쇄 등 공급 축소 움직임, 수급 균형 회복에 따른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 강화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며 “라텍스 세계 1위 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바라봤다. 

타이어, 신발 등에 사용되는 SBR, BR 등 다른 주요 합성고무 제품들 역시 시장 상황이 NB라텍스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 주력 합성고무사업 '역래깅' 비껴서, 박준경 하반기 실적 확대 가능성

▲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합성고무 가격의 강세에 힘입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올해 영업이익을 50%가량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광 연구원은 “신규 증설이 없는 SBR, BR 등 범용성 합성고무에서 스프레드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용 타이어 원료로 쓰이는 SSBR, 고기능성 특수 합성고무인 EPDM 등 수익성 높은 고부가 제춤의 판매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경 사장으로서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높은 수준의 매출 및 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3천억~7조7천억 원, 영업이익 3800억~4천억 원 수준의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6조9150억, 영업이익은 2720억 원이다. 매출도 늘지만 특히 올해 50%가량 영업이익을 늘릴 것으로 증권업계에선 바라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이 5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나 줄어 회복세를 보인 다른 주요 석유화학기업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인 뒤 하반기 지속해서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상고하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주요 석유화학기업과 대조된다.

특히 올해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이 대체로 고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 성장은 더욱 돋보이는 성과로 볼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NB라텍스의 주요 수요처에서 가동률을 높이고 있고 지난해 증설한 SSBR 생산설비도 올해 순조롭게 상업가동을 이어가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란 전쟁의 종전 여부 및 시기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와 기초유분의 시세 변화 등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