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마이크론이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로비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중국이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강화하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수혜로 돌아올 수 있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의회가 추진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 대상 규제는 마이크론의 로비를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원은 자국 및 동맹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가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를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성장을 막기 위해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적극 펼치며 정치권 관계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태양광 산업을 키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과 비슷한 사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 CXMT와 YMTC 등 상위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 장기화에 기회를 보고 시설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닛케이아시아가 인용한 조사기관 욜그룹의 분석을 보면 CXMT의 D램 생산 능력은 현재 전 세계 1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7년에는 약 1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YMTC의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점유율이 12%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2028년에는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 중국 CXMT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CXMT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현재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실적과 주가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한 반면 제조사들의 공급 능력은 제한적이라 가격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물량공세 전략으로 공급 과잉을 주도한다면 이러한 효과는 자연히 힘을 잃으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마이크론에 타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이 이런 시나리오를 충분히 현실성 있다고 판단해 미국 의회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강화하며 중국 경쟁사를 겨냥한 규제 강화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의회의 규제는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노광장비 중국 판매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기술 제재가 본격화된 뒤 자국 장비 제조사들을 육성해 공급망 자급체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노광장비는 기술 장벽이 높아 자급화가 쉽지 않다.
결국 규제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CXMT와 YMT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증설 투자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증설 의지가 꺾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유력하다.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중국에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실제로 도입되는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의 자세한 내용에 따라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중국 경쟁사들의 물량공세가 실현되기 어려워지면 중장기 관점에서는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에 훨씬 큰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미국 하원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작성하는 과정부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분명하게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22일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는 일은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해 중요한 대응책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상원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발의된 만큼 법제화가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KLA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과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해당 법안과 관련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기업들의 실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이번 규제로 받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