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밥 체이펙 전 CEO에 이어 심각한 정치적 리스크에 직면하며 악재를 맞고 있다. 디즈니가 주주와 소비자, 내부 임직원에 신뢰를 얻을 새 리더십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곧 사임을 예고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압박과 내부 임직원의 반발,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디즈니의 ‘지미 키멜 쇼’ 방영 중단 및 번복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디즈니 소유 방송국 ABC의 인기 프로그램 진행자 지미 키멜은 최근 미국 우익단체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의 사망과 관련해 미국 정치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와 관련해 ABC에 경고를 전했고 밥 아이거를 비롯한 디즈니 주요 경영진은 곧 해당 프로그램 방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디즈니의 이런 결정을 두고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요 인사들과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것이다.
특히 디즈니는 미국 진보 진영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던 기업으로 꼽혔던 만큼 이번 사태에 소비자들과 내부 임직원들의 반발이 모두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 구독 해지 캠페인이 벌어지는 등 정치적 논란이 사업에 타격으로 번지자 디즈니는 결국 일주일만에 지미 키멜 쇼를 재개했다.
그러나 디즈니 주주단체도 이와 관련해 디즈니에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등 후폭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디즈니 투자자들은 지미 키멜 쇼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조치가 주주들의 이익보다 정치적 상황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주장하며 이런 결정에 이르게 된 경위와 이번 조치가 재무에 미친 영향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BC의 해당 프로그램 재개를 비판하는 글을 직접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리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마저 거론했다.
디즈니가 수 년 전에 밥 체이펙 전 CEO의 사임으로 이어졌던 상황과 유사한 정치적 논란에 다시 휩싸이며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로이터는 “과거 플로리다주와 성소수자 교육 금지법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디즈니가 이제는 미국 규제당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지적했다.

▲ 디즈니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화면.
디즈니 본사가 위치한 플로리다주는 2022년 성소수자와 관련한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추진했다.
이와 관련해 디즈니 임직원들은 회사 차원에서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고 밥 체이펙 전 CEO는 결국 이를 받아들여 반대 성명을 냈다.
그러자 플로리다주는 디즈니에 제공하던 세제혜택 등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시행했고 결국 밥 체이팩은 이런 영향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5년부터 약 15년 동안 디즈니 CEO를 맡았던 밥 아이거는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고 리더십을 재건하는 과제를 안고 2022년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내년까지 CEO 후임자를 물색한 뒤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디즈니 이사회가 밥 아이거의 후임자를 찾는 과제가 이미 다급했던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그의 리더십을 두고 불신의 시선이 커지게 된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 꼽히던 경영진도 지미 키멜 쇼 폐지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최고경영자로 임명한다면 자연히 내부 임직원과 투자자,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공산이 크다.
연이은 정치적 리스크가 디즈니 리더십에 꾸준히 불안 요소로 작용하며 경영에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디즈니는 현재 스트리밍 플랫폼 경쟁 심화와 잇따른 영화 흥행 실패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차기 CEO의 리더십과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며 앞날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로이터는 “밥 아이거는 자신이 정리하러 뛰어들었던 디즈니의 여러 문제들에 결국 스스로도 발목을 잡혔다”며 “디즈니 차기 CEO를 찾는 과제가 더욱 다급해졌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