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의 ‘독점 횡포’나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발의됐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법안(온플법)이 몇 달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최근 온플법 관련 논의를 재개했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온플법 제정 논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와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18일 시작된 온플법 논의 등을 이어갔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이날 기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관련 법안은 모두 17건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온플법 관련 법안들은 시장 내에서 영향력이 큰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규정 및 금지, 자사 우대·끼워 팔기 금지, 정산 기간 지정, 표준 계약서 마련, 손해배상 책임 의무 등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지배적 플랫폼 기업이라도 법 위반 행위가 드러난 기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하는 ‘사후 추정’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 사용)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가지 대표적 부당 행위만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규제 체계와 관련해서도 여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과 플랫폼 기업-소상공인 사이 갑을 관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온라인공정화법률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시장 독과점 문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거래 공정성 부분은 대규모유통법 개정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여야의 입장 차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온플법 논의에 새로운 암초로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국내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한미 무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지난 6일(현지시각)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을 두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만일 온플법이 제정된다면 구글이나 애플 등 해외 플랫폼 기업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미국의 통상 압력을 강화시킬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나섰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플랫폼 규제 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플랫폼 규제가 계속되면 한미 통상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으니 실리적 판단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쪽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장을 근거로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 논의를 늦추자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온플법 등 법적 규제가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에 차별적 법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전날인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리어 지명자의 발언을 두고 마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한미 통상 마찰을 빚을 거라는 예측은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여러 제정안들과 공정위,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모두 국내외 사업자 구별 없이 적용되는 법안으로 미국 빅테크에만 차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1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특정 국가를 차별해서 해당 법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 통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대응해 국익에 손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온플법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민생법안'으로 규정하고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8일 소상공인 단체들과 국회 본청 앞에서 발표한 민생입법 5대 과제에 ‘온플법’을 포함시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생입법 과제를 발표한 자리에서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자영업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온플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구조를 살펴볼 때 국민의힘이 플랫폼 기업 규제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빠른 처리가 어렵다. 먼저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해야 할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라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온플법과 관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르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특정 법안이 패스트트랙 지정되면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최장 330일 이내 법안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민주당이 법사위와 본회의 일정을 앞당기더라도 국민의힘 동의 없이 상임위 180일을 단축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논의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주당도 온플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최근 온플법 관련 논의를 재개했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온플법 제정 논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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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대기업들의 규제를 위한 논의가 장기간 공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와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18일 시작된 온플법 논의 등을 이어갔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이날 기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관련 법안은 모두 17건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온플법 관련 법안들은 시장 내에서 영향력이 큰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규정 및 금지, 자사 우대·끼워 팔기 금지, 정산 기간 지정, 표준 계약서 마련, 손해배상 책임 의무 등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지배적 플랫폼 기업이라도 법 위반 행위가 드러난 기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하는 ‘사후 추정’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 사용)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가지 대표적 부당 행위만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규제 체계와 관련해서도 여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과 플랫폼 기업-소상공인 사이 갑을 관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온라인공정화법률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시장 독과점 문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거래 공정성 부분은 대규모유통법 개정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여야의 입장 차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온플법 논의에 새로운 암초로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국내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한미 무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는 지난 6일(현지시각) 한국 등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을 두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만일 온플법이 제정된다면 구글이나 애플 등 해외 플랫폼 기업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미국의 통상 압력을 강화시킬 단초가 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논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나섰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플랫폼 규제 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플랫폼 규제가 계속되면 한미 통상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으니 실리적 판단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쪽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장을 근거로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 논의를 늦추자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온플법 등 법적 규제가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에 차별적 법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전날인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리어 지명자의 발언을 두고 마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한미 통상 마찰을 빚을 거라는 예측은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여러 제정안들과 공정위,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모두 국내외 사업자 구별 없이 적용되는 법안으로 미국 빅테크에만 차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1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특정 국가를 차별해서 해당 법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 통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대응해 국익에 손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온플법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민생법안'으로 규정하고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8일 소상공인 단체들과 국회 본청 앞에서 발표한 민생입법 5대 과제에 ‘온플법’을 포함시켰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8일 국회 본청에서 온플법 등 민생입법 5대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생입법 과제를 발표한 자리에서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자영업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온플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구조를 살펴볼 때 국민의힘이 플랫폼 기업 규제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빠른 처리가 어렵다. 먼저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해야 할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이라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온플법과 관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르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특정 법안이 패스트트랙 지정되면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최장 330일 이내 법안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민주당이 법사위와 본회의 일정을 앞당기더라도 국민의힘 동의 없이 상임위 180일을 단축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논의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주당도 온플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