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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역행 세력에 경고장 날리는 소액주주, 연말 흩어진 힘 모아 거세진다

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 2024-11-21 13: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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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소액주주들이 연말 밸류업 바람을 타고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소액주주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상황에서 행동주의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를 고소하는 한편 대주주의 불법적 행동을 좌시하지 않고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밸류업 역행 세력에 경고장 날리는 소액주주, 연말 흩어진 힘 모아 거세진다
▲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KCGI를 고소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가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펀드 KCGI를 검찰에 고소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KCGI가 KB하이텍의 경영권을 고의로 위협해 단기차익을 얻고 소액주주들에게 손실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KCGI가 지난해 3월 DB하이텍 지분 7.05%를 확보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뒤 같은 해 12월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하며 5.63% 지분을 DB하이텍 모회사인 DB InC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당시 종가보다 12.6% 높은 가격에 매각해 차익을 거뒀다. 

이에 KCGI는 최근 비판하는 댓글을 올린 개인주주를 고소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소액주주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역효과로 작용했다. 고소 당한 개인주주가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주주연대가 KCGI에 맞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연대는 KCGI로부터 고소를 당한 주주들에게 무료로 법률지원을 하고 2025년 3월 열리는 DB하이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등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소액주주들을 대주주의 불법적 행동도 찾아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배임이라는 주장도 내세워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HL홀딩스가 11일 자사주 56만720주에서 84%를 차지하는 47만 주가량을 신설 재단법인에 무상출연 하겠다고 공시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강해지고 있다. 남은 16% 자사주는 소각하기로 했다. 

대주주가 사회환원을 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경영권을 지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재단에 매각되면 의결권이 다시 살아난다. 경영권분쟁이 일어난다면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HL홀딩스는 최대주주 측 지분이 31.58%이고 나머지는 VIP자산운용(10.41%), 베어링자산운용(6.59%), 국민연금(5.37%) 등 기관투자자 지분이 높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도 소액주주 불만에 동조하며 “HL홀딩스가 재단에 대한 무상출연을 강행할 경우 일반 주주의 피해와 자본시장의 우려, 유무형의 기업가치 하락은 매우 심각한 수준일 것이다”고 경고했다. 

DI동일은 HL홀딩스보다 재단과 관련해 소액주주 행동이 더욱 구체화되고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DI동일 소액주주 연대는 최대주주 정헌재단에 대한 DI동일의 자금 대여를 문제 삼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DI동일의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최대주주 정헌재단(9.79%)이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DI동일로부터 100억 원가량의 돈을 빌렸다. 

다만 이사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당좌대출이자율보다 낮은 2.9~4.5% 금리로 대출이 나갔다고 소액주주 연대는 주장하고 있다. 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 사이 자금을 대여할 때 배임을 막기 위해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지분 3.2%를 모아 김창호 감사를 해임하고 천준범 감사 선임에 대한 임시주주총을 25일 소집한다. 정헌재단과 자금대여에서 감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배임혐의로 고발도 예고한 상태다. 감사를 새로 선임해 최대주주 측의 배임이나 횡령 여부를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DI동일 소액주주도 플랫폼 액트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고 있다.

DI동일은 전날 회계분식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당했다는 공시를 발표해 이날부터 12월11일까지 거래가 정지됐다. 이 사태가 되레 소액주주를 결집시킬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역행 세력에 경고장 날리는 소액주주, 연말 흩어진 힘 모아 거세진다
▲ DI동일이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를 당했다. 이를 계기로 소액주주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I동일이 소액주주제안 감사 교체 관련 임시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1500억 원 소각을 공시했고 이번 회계처리 기준 위반 이슈를 계기로 주주운동과 이에 대응하는 회사의 밸류업정책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심 연구원은 “이번 회계 문제와 관련해 시정 조치 및 거래정지 기간도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수페타시스는 8일 5500억 원 유상증자 공시를 장마감 뒤 냈다. 이른바 ‘올빼미 공시’를 하며 소액주주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주주대표 선출에 나서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서 유상증자 철회를 시도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 자금에서 3천억 원은 2차전지 소재기업 제이오 인수자금에 동원하고 2500억 원은 이스페타시스 설비투자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반도체사업을 영위하는 이수페타시스의 2차전지사업 진출은 본업과 관계도 없고 주가도 크게 하락해 유상증자 실익이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유상증자 가격은 2만3천 원이지만 이수페타시스 전날 종가는 2만2800원에 거래를 끝냈다. 

더욱이 인공지능(AI) 대장 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에게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를 공급해 수혜주로 꼽혀 주가 하락이 소액주주에게 뼈아프게 다가온 것으로 파악된다. 

소액주주들이 주주가치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힘을 실어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2일 국회에서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소액주주 운동은 스스로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한,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 오기 위한 자구책으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액트와 헤이홀더 등 행동주의 플랫폼 가입자수가 늘고 있어 앞으로 소액주주활동이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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