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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금지’ 법적 분쟁 점화, 쟁점은 탄소포집 실용성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5-10 14: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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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금지’ 법적 분쟁 점화, 쟁점은 탄소포집 실용성
▲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신규 규제를 대상으로 지방 정부들과 발전사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2년 전 비슷한 규제가 주 정부 반발로 위법 판결을 받고 취소된 적이 있어 이번에도 법적 분쟁이 연방정부의 패소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규제는 지난번과 달리 발전사들에 ‘탄소포집(CCS)’이라는 우회수단을 제시하고 있어 해당 기술의 실용성 판단 여부에 따라 판결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9일(현지시각) 폴리티코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신규 승인한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금지 규정’을 놓고 웨스트버지니아, 아이다호, 와이오밍 등 27개 주가 연방항소순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PA의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금지 규정은 2032년까지 미국 국내 모든 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이상 감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는 지정된 시점 이후 발전을 계속 하려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거의 전량 포집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해 배출량을 줄여야만 한다.

이에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주 법무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EPA는 증명되지 않은 기술을 대안이라고 발전사들에게 제안하며 강요하고 있다”며 “해당 규정은 안 그래도 위태로운 국내 전력 공급에 더 큰 부담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발전사 900여 곳이 가입된 전국지방전력사협동조합(NRECA)도 EPA를 연방항소순회법원에 제소했다.

미국은 연방법상 연방기관이 피고라면 1심인 지방법원을 거치지 않고 2심인 항소법원에 바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짐 멧슨 전국지방전력사협동조합 최고경영자(CEO)는 공식성명에서 “EPA 규정은 위법적이고 비이성적이며 비현실적”이라며 “미국 발전사들의 존속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1978년 도입된 연방에너지법과 1992년 제정된 에너지정책법에 근거해 전력부문을 민영화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 국내에는 약 3천 곳이 넘는 민영 발전사들이 존재한다.

발전부문 운영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발전소 관련 규제가 기업들의 이권과도 직접 맞닿아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발전부문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청정에너지 계획(Clean Energy Plan)’을 수립했다. 해당 계획의 일환으로 EPA에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독하고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청정대기법 제111조 d항(CCA Section 111(d))도 마련됐다. 

그러나 CCA 111(d)은 2020년 웨스트버지니아주가 주축이 된 주 정부들이 제소한 소송에서 연방 정부가 패소해 철회됐다.

이에 외신들은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금지’ 법적 분쟁 점화, 쟁점은 탄소포집 실용성
▲ 웨스트버지니아 포카혼타스 카운티에 위치한 주택단지 뒤로 보이는 석탄발전소. <연합뉴스>
제프 홈스테드 브레이스웰 로펌 변호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주 정부와 기업들은) 다소 공격적인 관점에서 탄소포집을 ‘증명되지 않은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에 법원은 EPA가 권한을 넘는 행동을 취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도 2022년 CCA 111(d)을 심사한 대법원판결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이 연방기관이 의회로부터 명확한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채 규제를 단행했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EPA가 지난번과 달리 발전사들에 대안을 제시했다는 차이점 때문에 이번에는 법정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가 취재한 법률전문가들 다수는 탄소포집 설비를 설치하면 발전소들이 유의미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있다는 EPA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탄소포집 기술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사들이 충분히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제이 더피 응용 환경법 및 정책 센터 변호사는 로이터를 통해 “이번 EPA 규정은 (IRA 영향으로) 아직은 구현되지 않은 기술들이 충분히 상용화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향후 법정에서는 탄소포집 기술과 관련된 양측 주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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