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부족이 TSMC 반도체 가격 끌어올린다, S&P 기후변화 영향 분석

▲ 2023년 9월21일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생산설비에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바오샨 제2저수지와 댐 전경. 2021년 가뭄 당시 수량이 95% 이상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TSMC의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수자원 양의 증가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자원 부족으로 반도체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도 개별 칩 단가를 높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각) CNBC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의 보고서를 인용해 “TSMC가 충분한 양의 수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2030년 반도체 생산량이 예상보다 10%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TSMC 수익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TSMC가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이다 보니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고객사에 반도체 개당 가격을 높여 받을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S&P 글로벌은 보고서를 통해 “TSMC는 수자원 공급이 제한돼도 마진율이 높은 첨단 미세공정 제품 생산에 집중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반도체는 불순물을 씻어내고 장비에 열을 식히는 등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물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자원 집약적 산업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TSMC의 반도체 생산 단위당 물 소비량은 2015년 16나노 공정을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35% 이상 증가했다. 

TSMC가 기술 수준을 높여 꾸준히 새 고성능 반도체를 내놓다 보니 물 소비도 따라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S&P 글로벌은 “반도체 제조 각 공정 사이마다 웨이퍼를 세척하다 보니 칩의 정교한 정도와 물 사용량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 변화로 가뭄 등 기상 이변의 빈도가 늘어 수자원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실제 TSMC도 첨단 미세공정 설비가 집중된 대만에 2021년 봄 ‘100년 만의 가뭄’이 닥쳐 수자원 확보에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다. 

S&P 글로벌은 생산설비 확장과 기술 발전 등으로 반도체 산업 전반에 수자원 사용량이 매년 한 자릿수 중반의 높은 비율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다만 S&P 글로벌은 TSMC가 향후 3년 동안은 물 부족으로 파운드리 운영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