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한전에 전환점 될 올해 하반기, 산적한 현안 풀 전문가 사장 절실

▲ 한국전력의 현안을 풀어낼 전문가 사장이 절실해 보인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에 올해 하반기는 오랜 적자 행진에서 벗어나고 새 사장을 맞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누적 적자 등 한전 자체의 문제에 더해 세계적 에너지 전환과 이에 따른 국내 전력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전문성 있는 사장이 한전에 절실해 보인다.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올해 3분기에 한전은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전력도매가격(SMP)이 전기요금보다 낮아지면서 한전의 발목을 잡았던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격은 kWh(킬로와트시)당 4월 164.9원에서 5월 143.6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전기요금은 kWh당 4월 146.6원에서 5월 154.6원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자원의 시세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시세가 국내 전력도매가격에는 6개월 뒤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은 추가적 전기요금 인상이 없어도 올해 하반기는 내내 영업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을 낸다면 10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다. 영업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를 추진해 볼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마침 한전은 30일까지 사장 공모 접수를 받는 등 새 사장 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새 한전 사장이 마주할 최우선 과제는 누적적자 해결을 위한 탈출 전략 마련이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이 46조 원에 이른다. 재정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막대한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해 채권 시장을 교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현재 이자비용만 하루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탈탄소 전원 등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일도 새 한전 사장의 몫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발전원의 등장에 맞춰 한전 위주의 전력시장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뒤숭숭한 한전 내부도 다독여야 한다.

한전을 향해 정치권의 비난이 거세 결국 사장이 퇴진했고 경영평가에서도 처음으로 ‘미흡(D)’ 등급을 받아 직원들은 성과급도 받지 못하게 됐다. 임직원 연봉 인상분 반납 논의까지 나오면서 올해 6월까지 퇴사자가 과거 평균치 이상인 100명을 넘어서는 등 조직의 동요도 심상치 않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현안이 없고 모두 에너지와 전력시장, 한전 조직에 대한 이해 등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막중한 과제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한전 사장 공모와 관련해 사실상 정치인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온다.

한전에 정치인 출신 사장이 임명되는 일은 분명 이례적이다. 역대 21명 한전 사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절반에 가까운 9명이 관료 출신이다.

그밖에 군사정권 시절 임명된 군인 출신 5명, 이명박 정권 때 등 포함해 민간기업 출신 4명, 학계 출신 1명 등이다. 내부 승진 사장은 2명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공기업 인사를 보면 정치인 출신 내정설이 마냥 뜬소문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을 보면 한국가스공사에 최연혜 전 의원, 지역난방공사에 정용기 전 의원이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밖에 한국도로공사에 함진규 전 의원,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이학재 전 의원이 사장으로 임명되는 등 주요 공기업의 사장 자리에 정치권 인사들의 임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사장을 맡은 공기업과 관련된 경력이 없어 전문성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다만 국가의 주요 자원인 전력을 관리하는 한전의 역할과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치인 출신 사장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원활한 의사소통 역시 한전 사장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 앞에 놓인 과제의 무게를 헤아려 보면 적어도 다음 사장이 에너지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전도 사장 후보자 모집공고에서 응모자격으로 ‘경영·경제와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력을 소유하신 분’을 첫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