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적색등 켜졌다, ‘역월세’ 흔해지고 ‘깡통전세’로 세입자 불안

▲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계속 내리면서 아파트, 빌라 등 주택 전세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계속 내리면서 아파트, 빌라 등 주택 전세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집주인은 계속 하락하는 전세값에 새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전세보증금을 내주려면 차액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높아진 금리에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세수요 자체도 위축됐다.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부동산가격 하락에 깡통전세, 전세사기에 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1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의 매물증감 자료를 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중심 학군지로 전세수요가 높은 강남구 대치동 전세매물은 1715건으로 한 달 전(1563건)보다 9.7% 늘었다. 

이 가운데 대치현대아파트 전세매물은 한 달 동안 69.2%, 개포우성1차아파트 매물은 39.1% 증가했다.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서울 양천구 목동도 마찬가지다. 통상 해마다 11월 수능이 끝난 뒤 목동 전세시장은 거래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한 달 전보다 전세매물이 11.8% 늘었다.

전세값이 하락하는데도 전세대출이자 부담에 전세수요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값 하락폭이 커지면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 전세금 시세에 맞춰 차액에 해당하는 만큼 이자를 내주거나 세입자가 받은 전세자금 대출 이자를 대신 부담해주는 ‘역월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1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일주일 전보다 0.89% 하락해 전주보다 하락률이 0.15%포인트 커졌다. 서울 전체 25개 구에서 전세가격이 상승한 구는 12주 째 한 곳도 없었고 모두 전세가격이 떨어졌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봐도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택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큰 폭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이 올해 말 추정치보다 8.5%, 수도권으로는 13%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7.1%, 수도권은 10.5% 내렸는데 내년에는 그 이상 떨어질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내년 전세가격도 전국으로는 5.5%, 수도권에서는 6.5% 내려갈 것으로 바라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현재 주택시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및 과잉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따라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달리 주택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B부동산도 8일 한국 부동산시장 전망을 두고 “미국 중앙은행 고위 인사들이 금리인하는 2024년에나 가능하다는 등의 매파적 발언을 계속 시장에 노출하고 있다”며 “여전히 긴축기조 속에 금융부담이 누적되고 있고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기준금리 추세를 살피면서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현재 전세시장 위기의 주요 요인인 급격한 집값 하락과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아파트보다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빌라 전세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 사람이 서울 빌라 1천 채 이상을 보유한 ‘빌라왕’들의 사례에서 보듯 빌라는 전세가율이 워낙 높다 보니 부동산시장 활황기에 저금리를 끼고 적은 자본을 들인 ‘갭투자’가 많았다.

이런 갭투자 물건은 전세수요가 줄어들고 금리가 높아진 현재 상황에서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서울시 전월세 시장지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서울 빌라의 평균 전세가율은 79.4%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로는 10월 빌라 등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가율이 82.2%로 나타났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다. 집값이 하락하는데 전세가율이 높으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축빌라는 시세 파악도 쉽지 않다 보니 애초 ‘깡통전세’ 위험도도 높다. 

깡통전세는 주택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져 임대인이 집을 매매하거나 경매로 넘어갈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 지급한 전세보증금 변제액은 6466억 원이다. 2021년 연간 변제액인 5790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 공개자료를 보면 올해 10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금액도 약 15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집주인이 세입자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인 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을 처분하는 강제경매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강제경매로 소유권이 이전된 집합건물이 4805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5.3% 늘어났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