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골든타임'에 수장 물러나, 삼성전자 반사이익 전망

▲ 랜디르 타쿠르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사장이 회사를 떠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가 인텔 파운드리사업 리더십 공백에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 자회사를 이끌던 랜디르 타쿠르 사장이 돌연 사임하기로 하면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게 됐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과 대규모 시설투자 등으로 인텔 파운드리사업이 중요한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22일 미국 IT전문지 더레지스터 보도에 따르면 랜디르 타쿠르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사장은 내년 1분기까지 근무한 뒤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인텔은 더레지스터를 통해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히며 “타쿠르 사장은 다른 기회를 탐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사임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셈이다.

타쿠르 사장이 인텔 파운드리사업을 총괄한 지 약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현재 인텔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레지스터는 “삼성전자와 TSMC 등 대형 파운드리업체를 따라잡겠다는 인텔의 목표 달성에 타쿠르 사장의 사임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 각각 수십 조 원대의 투자를 벌여 반도체 생산공장 및 연구센터를 신설하며 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고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고 공정 기술 확보에도 성공해 예정대로 가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더구나 미국 상무부가 내년 초 심사를 거쳐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 지급 규모를 결정하는 만큼 이에 따른 대비와 후속 대책에도 집중해야만 한다.

상무부는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들의 투자 규모와 중장기 사업 목표, 지속가능성 등 요소를 고려해 업체별로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를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마이크론과 글로벌파운드리 등 여러 기업이 최대한 많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경쟁하면서 지원을 노리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인텔 파운드리사업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일은 미래 사업 경쟁력에 큰 악재로 남을 수 있어 경쟁업체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도 인텔과 비교해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기술 우위와 중장기 투자 계획, 경영진의 리더십 등이 탄탄하다는 장점을 적극 앞세워 미국 정부의 활발한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타쿠르 사장이 인텔 파운드리사업의 중장기 전망에 불확실성을 느끼고 사임을 결정했거나 인텔이 파운드리사업 계획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장 교체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골든타임'에 수장 물러나, 삼성전자 반사이익 전망

▲ 인텔의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인텔은 파운드리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출한 만큼 삼성전자나 TSMC보다 기술력이 크게 뒤처진다. 고객사 수주에 영향이 큰 파운드리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위탁생산 주문을 늘리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와 퀄컴 등 반도체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로 꼽히는 시스템반도체기업이 모두 인텔의 경쟁사인 만큼 이들의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텔은 2025년까지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추격에 성공해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7나노와 5나노, 4나노와 3나노 등 첨단 기술을 순차적으로 개발해 온 경쟁사와 달리 인텔은 이런 경험이 없어 곧바로 기술 추격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특성상 난이도가 높고 생산 수율 확보를 위한 노하우 및 사업 경험도 필수로 꼽히기 때문에 인텔이 단기간에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인텔의 전체 매출에서 파운드리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텔이 매출과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어 파운드리사업 성장에 필요한 기술 연구개발 비용과 막대한 시설 투자금을 감당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결국 타쿠르 사장의 사임은 인텔이 직면한 여러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더레지스터를 통해 타쿠르 사장을 대체할 수 있는 후임자에 관련한 정보를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더레지스터는 인텔이 아직 파운드리사업 수장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 했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타쿠르 사장은 11월 초 닛케이아시아 등 일본언론과 인터뷰에서 인텔 파운드리사업의 중장기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겠다는 계획도 이 때 언급됐다.

따라서 그가 돌연 사임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텔 파운드리사업의 ‘키맨’이던 타쿠르 사장의 사임으로 인텔의 사업체질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삼성전자와 TSMC가 쉽게 추격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