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도시정비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형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에서 현대건설의 악진이 뚜렷하다.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에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7월 말 현재 6조9544억 원 규모인데 GS건설이 2015년 세운 최고 기록(8조100억 원)까지 1조556억 원을 남겨뒀다.
 
[데스크리포트 8월] 현대건설 수주경쟁 독주, 2위권과 격차 더 벌린다

▲ 도시정비시장에서 현대건설의 약진이 뚜렷하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하반기에 수주 가능한 대형 사업장이 여럿이라 일각에서는 9조 원 규모의 신규수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의 이런 ‘황금기록’을 두고 어쩌면 이들 신규수주가 나중에 부메랑이 돼 현대건설의 뒷덜미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은 공사비 증가와 직결된다. 여기에 혹시라도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장이 펼쳐진다면 미분양의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현대건설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따낸 신규수주가 막상 실제 공사로 이어지는 데 각종 인허가 등으로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뒤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개발조합 등과 공사비 계약을 할 때 물가 인상분 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실제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과 서초구 방배 5구역 재건축조합과 원만한 공사비 인상 합의를 보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GS건설과 대우건설 등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사업성이 확실히 보장된 사업장 중심으로 신규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어 현대건설과 다른 수주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이 펼치는 규모의 경제 전략과 GS건설 등이 펼치는 실속 전략이 각각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편 현대건설이 신규수주에서 독주하면서 2위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GS건설이 앞서고 있지만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도 만만치 않은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 수주 역대 최대기록 세우나

현대건설이 국내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의 최대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건설은 7월 말 현재 올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6조9544억 원을 거둬 GS건설이 2015년 세운 8조100억 원까지 1조556억 원을 남겨뒀다.

현대건설은 경기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사업(792세대)와 서울 방배삼호12·13 가로주택정비사업(119세대) 등의 수주가 유력하다.

여기에 부산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도 확보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7월26일 우동3구역 재개발조합이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 단독으로 입찰해 유찰됐다. 조합은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우동3구역은 예상 공사비가 9200억 원 수준인데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 강선마을14단지와 방배삼호12·13에 우동3구역까지 더하면 국내 도시정비 신규수주 최고 기록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이들 세 곳에 만족하지 않으려 한다. 디에이치를 앞세운 수주전에서 모두 이긴다면 여기에 1조5천억 원가량의 수주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도시정비 신규수주 기록의 앞자리를 9로 바꿔낼 수도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포스코건설과 서울 방배동 신동아 재건축사업(예상 공사비 5천억 원)을, 삼성물산과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엔지니어링, 축적해 둔 모듈러공법 기술이 빛을 낼 듯

현대엔지니어링이 모듈러공법을 앞세워 중고층 모듈러건축 수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장제작건설 공법이 적용된 주택에 용적률 혜택을 주고 공장제작건설 인정 대상을 준주택까지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쌓아온 모듈로공법 노하우가 수주 경쟁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공장제작건설은 탈현장화라고도 불리는데 모듈러공법의 핵심기술로 평가된다.

공장제작건설은 주요 부재나 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건설방식을 말한다. 모듈러 주택은 전기·수도 설비, 마감재 등 전체 건축물의 70~9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정부는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공공주택 발주를 2023년 1천 세대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0~2022년 한 해 평균이 464세대에 불과한 것에 견줘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모듈러 건축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학계에서는 지난해 14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모듈러건축시장이 2030년에는 최대 4조4천억 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 발주한 국내 최초 13층짜리 경기행복주택사업을 지난해 수주한 뒤 올해 1월 착공했는데 모듈러공법으로 건축한다.

이 사업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일원에 지상 13층, 전용면적 17㎡ 102세대, 37㎡ 4세대 등 총 106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2023년 초 입주가 예정돼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7월28일 국내 최초 중고층 모듈러 주택 실증사업인 경기 ‘용인영덕 A2BL 경기행복주택’ 견본주택 품평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 삼성물산, 대형 재개발사업에서 경쟁입찰 뛰어들 태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대형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8월] 현대건설 수주경쟁 독주, 2위권과 격차 더 벌린다

▲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과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 입찰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273-3번지 일대 지하 6층~지상 14층 1537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8월3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고 9월23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외에도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며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작구 흑석2구역은 1차 입찰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으로 참여했던 사업장으로 오는 9월 2차 입찰이 예정돼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현대건설과 맞대결이 성사될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B-04구역은 8월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연다. 그 뒤 8월31일 입찰을 마감한다.

◆ 삼성엔지니어링, 베트남 수처리시장 사업 확장 계획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신규 수주목표인 8조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까지 화공플랜트부문에서 신규 수주 2조3천억 원, 비화공플랜트에서 2조9천억 원 등 모두 5조2천억 원의 실적을 확보했다. 연간 수주목표의 65%를 달성했다.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16조7천억 원이다.

하반기에는 입찰 결과를 기다리는 프로젝트가 4건, 현재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1건, 8~9월 입찰 예정 프로젝트가 4건 정도로 파악된다.

다만 주력시장인 중동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세계 경기 흐름 등의 영향으로 발주처들이 투자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빠르면 2023년 2~3분기, 늦으면 2024년 1분기부터 중동 발주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수처리시장에서는 수처리 관련 시설 설계조달시공사업과 상수, 하수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베트남은 상수시장 민영화로 수처리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상수보급률은 56% 수준인데 2030년에는 9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GS건설, 주택부문 매출 꾸준히 쌓고 있어

GS건설은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3조 원을 넘어섰다. 주택사업이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2분기 매출도 3년3개월 만에 3조 원대를 회복했다.

하반기에도 주택부문 매출은 지속적 증가가 기대된다. 송도 자체현장 등 대형 건설현장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편입되고 있다. 자회사 자이에스앤디와 새로 인수한 자이씨앤에이도 올해 1조5천억 원 수준의 매출 기여도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택부문 수익성에는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GS건설 자체적으로도 올해 하반기 매출총이익률은 조금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자재값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지만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고 레미콘, 화물연대 파업 등 영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GS건설은 7월 자회사 하임랩을 새롭게 출범했다. 하임랩은 주거환경 개선 관련 솔루션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서울 강남구에서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GS건설은 8월 안에 주택기능 향상을 위한 시공상품인 ‘하임랩 솔루션’ 서비스도 시작한다. 하임랩 솔루션 서비스에는 단열재 설치와 교체, 창호 교체, 방수 시공, 현관 도어 교체 등이 포함된다.

또 올해 안에 인테리어 시공상품인 ‘하임랩 리모델링’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 포스코건설, 도시정비 신규수주 2위 탈환 노려

포스코건설이 도시정비 신규수주 2위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8월] 현대건설 수주경쟁 독주, 2위권과 격차 더 벌린다

▲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건설은 2020년 도시정비 2위(2조7456억 원) 자리에 올랐다. 이듬해인 2021년 수주를 크게 늘렸음에도 3위(4조213억 원)로 한 단계 내려왔는데 올해 하반기 수주를 몰아 따내 2위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 벽적골주공8단지 리모델링사업(공사비 5200억 원)을 수주해 2조 클럽에 가입했다.

포스코건설은 리모델링사업에서 우선협상자로 지정된 곳이 많다. 잘 풀리면 3조 원 중후반대 도시정비 신규수주 확보가 유력하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고양시 문촌마을16단지 리모델링사업(1099세대), 서울 강동구 명일중앙하이츠(410세대), 송파 잠실현대(386세대) 등이 있다.

가장 큰 규모로는 경남 창원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사업이다. 포스코건설이 주간사로서 8천억 원의 수주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이 밖에 다른 사업지 수주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방배동 신동아 재건축사업(예상 공사비 5천억 원)을 두고 현대건설과 맞붙을 것이 유력하다. 이번에 새로 내놓을 하이엔드 오티에르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와 일전을 펼치는 셈이다.

◆ 대우건설, 이익률 급감에 수익성 개선이 중요 과제로 떠올라

대우건설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우건설의 핵심사업인 주택건축사업의 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6.8%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와 직전 분기에 15% 수준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익률이 급감한 셈이다.

다만 해외 쪽 거점국가 위주 프로젝트 정상화와 수익성 높은 전략공종 수주에 나서는 전략은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토목과 플랜트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각각 12% 수준을 보여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핵심사업인 주택건축사업에 타격이 컸던 만큼 다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시장에서는 리모델링과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를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7월까지 리모델링에서만 4개 사업을 통해 1조3859억 원의 수주를 확보해 도시정비 신규수주(2조4432억 원)의 56.7%를 리모델링사업으로 채웠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지난 6월11일 서울 서초아남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공사비 984억 원)을 따내며 소규모 정비시장 진입을 알렸다. 이 사업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을 적용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9일 서울 창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는데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창동2~10구역)을 추가로 따내 통합 개발을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고급화 및 대단지 타운화를 통해 소규모 정비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 DL이앤씨, 하반기 대규모 플랜트 수주 기대

DL이앤씨가 2분기에 시장 기대치에 충족하는 실적을 내놨다.

증권업계는 DL이앤씨가 2분기에 매출 1조8896억 원, 영업이익 1423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추정치보다는 소폭 낮았지만 시장 눈높이에는 부합한다. 영업이익률은 7.2%를 보여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대건설은 3.14%, 대우건설은 3.54%, 삼성엔지니어링은 6.2%, GS건설은 5.4%로 집계됐다.

DL이앤씨는 올해 실적 목표를 지난해보다 다소 낮춰 제시한 만큼 수주물량을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

DL이앤씨는 2022년 실적 목표로 매출 8조4천억 원, 영업이익 9천억 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보다 매출 목표는 10% 올려 잡았지만 영업이익은 6% 낮춰 잡은 것이다.

반면 지난해 신규수주보다 30%가량 많은 13조6천억 원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반기 대규모 플랜트 수주가 기대돼 수주 목표 달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우선 7천억 원 규모의 카타르 라스파판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가 유력하다.

또한 마친 셰프본필립스케미칼 USGC 2단계 프로젝트(6천억 원)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건, 국내 2건 등의 플랜트 수주 경쟁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 HDC현대산업개발, 체제 정비하고 신규수주에도 나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최익훈 신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회사 신뢰회복을 위한 재건작업에 힘을 싣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시 한 번’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19일 임시 주총을 통해 최익훈 부사장과 김회언 경영기획본부장을 각자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면서 경영진부터 공식적 정비를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최익훈 최고경영자(CEO), 김회언 최고재무책임자(CFO), 정익희 최고안전책임자(CSO) 등 3명의 대표이사가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하반기 두 자리 수 규모의 신입사원 공개채용도 실시하고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도 참여하면서 회사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19일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동대문구 용두1-6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도 참여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이 사업장에서 남광토건, 한신공영 컨소시엄과 경쟁하게 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분야 인증기관과 손잡고 레미콘 품질관리, 현장 안전관리 등에 계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

◆ 호반건설, 오너 리스크 계속

호반건설은 오너 리스크에 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그룹 오너인 김상열 전 호반건설 회장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상황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호반건설의 동일인 김상열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이 보유한 계열사 13곳과 친족 2명을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관계자 조사 등을 벌인 뒤 유사사건 처벌 사례에 맞춰 김 전 회장을 약식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