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위태하다.

내로남불 청산과 세대교체를 외치며 민주당 쇄신을 약속했지만 아이러니하게 민주당 내부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오늘Who] 민주당 쇄신 의지 박지현, 내로남불 청산과 내부 총질 사이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 위원장이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주류 인사들의 경력 및 경험과 동떨어져 있어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박지현 위원장은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586 세대가) 민주주의를 이룬 성과를 존경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진 않다"며 "민주당의 변화를 어렵게 만들고 시대와 발맞춰 나가는 것이 어려운 분들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다 은퇴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반걸음 물러서긴 했지만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586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던 태도를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열세인 상황을 뒤집기 위해선 당이 새롭게 바뀌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패배에 이어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줬기 때문에 그동안 반성과 쇄신을 외친 목소리가 결국 구호에 그쳤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각 아래 박 위원장은 최강욱 의원 등 민주당에서 불거진 성비위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문재인 정부의 아픈 상처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를 먼저 꺼내들어 사과하며 조 전 장관에게도 사과를 요구했다. 내로남불의 멍에를 벗기 위한 노력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전날에는 586 용퇴론을 언급하고 이른바 '개딸(개혁의딸)' 같은 당내 팬덤 정치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의도와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쇄신 드라이브에 민주당이 둘로 쪼개지는 듯한 모습마저 감지된다.

대선 때 '내로남불'을 사죄하고 새로운 정치를 약속했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나 586 자진 사퇴론을 외치며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목소리를 냈음에도 박 위원장은 오히려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86그룹의 대표적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박 위원장의 쇄신 주장에 대해 개인적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호중 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박 위원장과 고성을 주고받은 뒤 책상을 '쾅' 치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부 문제가 (지방선거에)그렇게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당내홍을 애써 수습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이 함께 참석하기로 했던 서울 청계광장 집중유세에 두 사람 모두 불참하는 등 갈등이 봉합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내 일각에선 박 위원장의 행보가 지방선거에 도움이 안된다며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 위원장의 사과) 내용에 제가 평소 얘기하던 것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 대부분 공감한다"면서도 "그런데 TPO(시간·장소·상황)가 맞았나,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대화 장소 형식 절차 이런 것들이 맞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권력을 두고 백척간두에서 싸우고 있는 전시상황 인데 누구는 나가라 이렇게 하면 사실 힘이 빠지지 않냐"며 "또 특정 세력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당내에서 충분히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동의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을 미리 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 위원장의 쇄신 움직임을 두고 내부총질이란 말이 나오면 내로남불의 오명을 청산 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당이 어려운 것은 박 위원장의 사과 때문이 아니라 사과하게 만든 당의 현실 때문이다"며 박 위원장을 두둔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듣기 싫은 얘기하는 게 문제라기보다 듣기 싫은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상황이 문제"라며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왔는데 보기좋은 인형이 아닌 다음에야 이미 예상된 일"이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인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는 이날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바쁜 시점에도 서울을 찾아 박 위원장의 쇄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스스로의 잘못에는 추상같이 엄격하며 상대의 잘못은 철저히 비판하는 도덕적 리더십을 재건해야 한다"며 "가장 많은 당원이 있는 호남의 민주당부터 정당 혁신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장의 쇄신이 결국 실패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민주당의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민주당이 지선에서 패배하면 진두지휘한 이재명 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 위원장한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제일 만만한 박지현 위원장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