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
박근혜 게이트' 재판을 놓고 대법원 선고가 29일로 잡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 이 부회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이터는 22일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은 한국의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단절 노력의 시험대로 꼽힌다”며 “하지만 한국경제 전반에 위기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재판과 관련한 선고를 내린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등 혐의로 실형을 받아 구속수감됐지만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경영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7월부터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일부에 무역규제를 도입하자 이 부회장은 경영회의를 여러 차례 주도하고 전국 사업장을 직접 점검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경제에서도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분야기 때문에 삼성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책임을 보이며 전면에 나서 위기 대응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재판에서 법리적 판단을 최우선으로 두겠지만 한국경제와 삼성전자에 닥친 위기상황을 무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이전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위기 대응전략을 지휘하던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로이터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이 대법원에 이 부회장을 상대로 관대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검찰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수사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점은
박근혜 게이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 뇌물을 주고 청탁했다는 혐의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추가 심리를 열지 않고 8월 말 선고를 내리기로 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서 추가로 나타난 의혹이
박근혜 게이트사건과 연관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이 상고심 재판에서 예상보다 다소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법원이 2심에서 선고한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한다면 이 부회장은 경영활동과 관련한 큰 걸림돌을 넘고 본격적으로 삼성그룹 총수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를 삼성에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위기 대응전략을 추진하면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에 진정한 ‘
이재용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는 박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재판에도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경제상황과 사회적 여론만을 고려해 판결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을 파기환송해 되돌려보낸다면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다시 법리다툼을 이어가야 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위기 대응을 지휘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한 수개월 정도 벌 수 있겠지만 여전히 재판에 관련한 부담을 안게 돼 경영활동에 어느 정도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도 이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어 불안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은 최근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르도록 하겠다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고 인재 육성과 협력사 역량 강화에도 중장기적 지원계획을 내놓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제동이 걸린다면 이런 중장기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주요 경영진과 회의에서 “어떤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