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장관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는 서울 아파트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는 상황이 맞물려 있다.
김 장관은 부동산 대출규제와 다주택자의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서울 아파트가격을 하락세로 돌려놓았지만 기존의 정책효과가 떨어지자 추가 규제로 집값을 안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7월 첫째 주 기준으로 일주일 전보다 평균 0.02% 올랐다. 2018년 11월 첫째 주 이후 34주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특히 서울 강남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의 아파트가격 상승폭이 평균을 모두 앞질렀다. 이 지역의 아파트가격은 2주 이상 연속으로 오르고 있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가격이 오른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격은 7월 첫째 주 기준으로 일주일 전보다 0.18%나 올랐다.
예컨대 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은마아파트는 6월 말 기준 전용 84㎡가 20억 원 정도에 거래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초에 17억 원대까지 떨어졌던 데서 많이 상승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가격을 살펴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시작으로 주변 아파트의 시세가 오르면서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조짐을 보여 국토부가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된 아파트 토지비에 정부에서 결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있다.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주변 아파트의 분양가와 준공된 아파트의 시세 등을 기준삼아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
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적용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서울 아파트가격의 오름세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들에게 먼저 분양을 한 뒤 남은 물량을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일반 분양가격을 높여 조합원의 부담을 낮추고 수익을 극대화한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적용된다면 토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등이 기준으로 쓰이면서 분양가가 기존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분양가격이 오르면서 주변 지역의 아파트가격까지 끌어올리는 효과가 이전보다 약해지게 되는 셈이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자들이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 전에 빠른 분양에 나서면서 서울 아파트시장의 공급물량이 단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상한제의 시행 여부와 범위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만약 재개발까지 포함해 시행된다면 집값 안정화 효과를 당장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이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주택 공급 물량을 함께 늘리지 않는다면 서울 아파트가격의 상승을 중장기적으로 막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시내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를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도 위축된다면 공급 물량의 부족에 따른 집값 오름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낮은 분양가와 높은 시세의 차이 때문에 ‘로또 청약’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나타나면서 청약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져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위례신도시 ‘위례포레자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연초에 진행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30대1에 이른 사례도 있다. 이 아파트는 공공택지 아파트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금은 부동산시장 트렌드가 ‘똑똑한 한 채’인 데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도 상당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공급 부족의 해결 없이 부동산가격을 통제하기만 하면 중장기적 상승세를 결국 막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