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10일 강릉역에서 탈선 사고 3일 만에 운행이 재개된 KTX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열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철도의 절대적 안전체계를 확립하겠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와 공공기관의 제일의 사명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내걸었다.
오 사장 취임 10개월이 지났지만 철도공사는 잇딴 사고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강릉 KTX열차 탈선사고와 관련해 오 사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덕흠, 홍철호, 이헌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KTX열차 탈선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오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자랑하던 KTX가 국민에게 불안한 존재가 돼 버렸다”며 “
오영식 사장은 어차피 다음 총선을 생각하고 있으니 더 이상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는 11월19일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열차가 포크레인을 들이받는 사고를 시작으로 8일 강릉역 KTX열차 탈선사고까지 3주 동안 10건의 크고 작은 열차사고가 일어났다.
강릉 KTX열차 탈선사고는 결과적으로 승객과 직원 16명이 다치는 데 그쳤지만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철도공사에 열차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오 사장을 향한 낙하산 인사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헌재 의원은 10일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꼽으며 “오 사장은 SR과 통합, 철도공사 몸집 불리기, 남북 철도 연결 같은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고 주장했다.
오 사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취임 뒤 해고 노동자 복직,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 등으로 존재감을 보였으나 이번 강릉 KTX열차 탈선사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고 원인을 추운 날씨에서 찾는 등 철도 분야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인상을 줬다.
강릉 KTX열차 탈선사고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기관장 회의를 통해 안전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전 철도공사 본사를 방문해 안전 강화를 지시한 뒤 일어났다.
오 사장이 11월20월 오송역 KTX열차 전기 공급 중단사고 이후 안전과 관련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큰 사고가 일어난 만큼 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에 빈틈을 보였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사고현장에서 “이번 일로 국민들의 철도공사를 향한 신뢰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오 사장이 교체되거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은 낮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철도 연결사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남측 실무책임자로 볼 수 있는 오 사장을 사고의 포괄적 책임을 물어 바꾸는 일은 부담일 수 있다.
오 사장이 남북 철도 등 굵직한 사안에서 청와대, 국토교통부 등과 정책기조를 폭넓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오 사장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할 때 최고위원으로 문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공기업 사장으로 꼽힌다.
오 사장은 과거
김현미 장관과 함께 386세대 의원으로 분류되며 18대 국회에서 소장파 의원 모임, 19대 국회에서 수도권 지역구 모임 등에서 함께 활동했다. 오 사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제2기 의장 출신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가깝기도 하다.
오 사장은 안전체계 확립에 온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시 대형 열차사고가 일어난다면 그때는 정말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오 사장 개인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 사장의 2020년 21대 총선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철도공사 사장에서 불명예 퇴진한다면 정치활동에 짐이 될 수 있다.
오 사장은 10일 복구된 강릉선 KTX 첫 열차에 탑승하면서 “다시 한 번 이 사고로 국민들에게 큰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을 코레일 임직원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철도 안전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