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측근들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된 데 대해 시민단체가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7일 “현대중공업이 오는 27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송기영 변호사를 선임한다”며 "송 변호사는 정몽준의 특수관계인 지위에 있었고 법으로 정한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에 배치되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사외이사에 측근 선임해 눈총  
▲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경제개혁연대는 송 변호사가 최근까지 아산나눔재단 감사로 재직한 전력을 문제 삼았다. 아산나눔재단은 정몽준 전 의원과 현대중공업이 출연해 만든 재단이다. 정 전 의원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으로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상법과 시행령에 따라 상장회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며 "또 최대주주가 임원의 임면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법인과 그 이사·감사는 특수관계인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정 전 의원이고 아산나눔재단과 그 이사·감사는 정 전 의원의 특수관계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송 후보가 지난 2월 말 아산나눔재단 감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송 변호사의 사외이사 자격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형적 연결고리가 끊어지더라도 최소 2년 동안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한 것은 지배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라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사외이사로 이수희 변호사가 선임되는 것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정몽준 전 의원의 최측근에서 손발을 맞췄던 인사에게 어떻게 독립적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이 아니라 지배주주와의 밀접성을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으로 삼은 듯하다"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부적절한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결정을 철회하거나 또는 후보들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우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