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 BMW코리아 대표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외제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부터 시장을 개척해 BMW코리아를 국내 굴지의 수입차 회사로 키워 자동차업계에서 롤모델로 꼽혀왔다.
이제 회장에 올라 부드러운 경영권 승계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들어간다.
7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내년 1월1일자로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 3월 취임하는 한상윤 사장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헨드릭 본 퀴하임 BMW그룹 아시아태평양남아프리카 총괄사장은 “BMW코리아는 본격적으로 경영승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협지법인에서 회장과 사장을 동시에 두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독일 BMW 본사에서도 김 대표를 높이 대우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임기만료를 앞두고 직접 후계자를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BMW 본사에서 좀 더 맡아달라고 했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번에 선임된 한 사장도 김 대표가 직접 추천한 인사”라며 “임기 2년 동안 한 사장에게 그동안 BMW코리아에서 얻은 경영 경험을 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BMW코리아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95년 BMW그룹의 한국법인으로 BMW코리아가 설립될 당시 재무담당 이사로 온 뒤 2000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BMW코리아는 2000년 매출 1088억 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매출 3조958억 원을 내는 회사로 40배 가까이 성장했다. 연간 판매대수도 1600대 수준에서 4만8459대로 30배 이상 늘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2013년에는 수입차회사끼리 가격담합을 했다는 의혹으로, 2014년과 2015년에는 고액 부품 수리비 문제로 국정감사에 불려나갔다. 2015년 9월 폴크스바겐으로 시작된 독일산 자동차 ‘디젤게이트’ 해명으로 진땀을 뺐다.
이런 와중에도 고객들의 선호를 파악해 BMW 모델들을 국내에 출시하며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에 수입차 1위 자리를 내줘 체면을 구겼지만 올해 전략기획팀을 신설하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인기 많은 SUV모델의 국내 출시를 앞당기는 등 뺏긴 자리를 되찾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다.
김 대표는 1957년 태어나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삼보증권(현 대우증권)에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재무와 경리를 담당했다. 미국 제약사 신텍스의 한국법인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내다 1995년 BMW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1997년 부사장을 거쳐 2000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BMW코리아 재직 중에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한양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전략 박사학위를 받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김 대표는 BMW그룹 현지법인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본사 수석부대표도 맡고 있을 정도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왔다”며 “김 대표는 회사 직원들의 영원한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