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국내 증시 반도체주로 번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승리 이후 이란 종전 기대감이 확대되며 국제유가가 급락한 점은 호재로 평가된다. 실제 종전이 이뤄질 경우 외국인 복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챗GPT>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28%(300.00포인트) 내린 5383.80으로 마감했다.

오전 장중에는 코스피200 선물이 5% 넘게 하락하며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번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약세가 이끌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7.57% 내린 20만1500원에, SK하이닉스는 9.46% 내린 126만4천 원에 정규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도 삼성전기(-15.34%) SK스퀘어(-10.01%) 삼성전자우(-6.58%) 등 반도체 관련주도 함께 내렸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4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는 코어위브(-9.90%) 샌디스크(-7.91%) 마이크론(-7.00%) 마벨(-7.08%) 인텔(-3.77%) 엔비디아(-3.17%) 등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13% 하락한 10268.65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최저수준까지 내렸다.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승리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된 영향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텍사스 등 주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역에서 인허가가 제한되고 전력망 비용 부담이 커지면 AI 설비투자가 지연되고 나아가 메모리 수요 둔화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선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1조1802억 원어치와 SK하이닉스 주식 1조5398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 순매도액 3조4317억 원의 79.26%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주식에 쏠린 셈이다.

다만 이번 중간선거가 국내 증시에 악재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승리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해 온 미국-이란 전쟁의 종전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4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민은 도대체 우리가 이란에서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이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의) 예산 권한은 미국인의 동의 없는 전쟁을 벌이는 대통령을 저지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전쟁 수행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4일 MS나우 인터뷰에서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에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종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제유가도 미국-이란 종전 기대감을 반영하며 크게 내렸다.

4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은 직전 거래일보다 8.29% 내린 배럴당 88.12달러에, 브렌트유는 8.67% 내린 94.62달러로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5일 코스피가 대형주 투심 위축에 5%대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정규거래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종전에 이를 경우 외국인 수급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지정학적 불안감 완화는 외국인 수급 회복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4월8일 코스피 지수는 6.87%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당시 4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5조377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앞선 2~3월 기록한 순매도세에서 벗어나 3개월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6월15일에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5.20% 상승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1033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종전 이후 유가 하락 등 거시경제 부담이 완화되면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며 “미국과 이란의 종전이 이뤄져 국제정세가 안정된다면 외국인 수급도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