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2019년 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약 7년 만인 오는 12월 '5G SA' 개통식을 열고, 본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AI 강국' 비전 달성을 위해선 급증하는 통신 데이터 처리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한 6G 통신 서비스 인프라 정책을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한국을 방문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지하철이나 도서산간에서도 끊김 없이 음성과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후진국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서비스를 벤치마크 하느라 수시로 들락거렸다. 세계 각국의 유수 IT기업들이 뛰어난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가진 한국을 IT제품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2010년 대 중후반부터 대한민국이 ‘통신 인프라 강국’이라는 평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아카마이(Akamai) ‘인터넷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초고속인터넷 평균 접속 속도로 1위를 차지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이후 이 순위는 급전직하한다. 글로벌 인터넷 속도 측정업체 우클라(Ookla)의 ‘스피드테스트 글로벌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 한국 유선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 중앙값은 251.33Mbps로 세계 22위를 기록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유선 인터넷 속도가 현저히 느렸던 베트남(8위), 태국(9위)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섰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우클라의 속도 측정 근거가 객관적이지 못하다며 반발했지만, 전반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의 유선 통신 인프라 경쟁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 진보는 더 화려했다. 1984년 1세대(아날로그 이동전화)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이후 1996년 2세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를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
이어 2002년엔 3세대 CDMA EV-DO 이동통신 서비스를 역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2011년엔 4세대 LTE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또 2019년 5세대 5G 서비스 역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아카마이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이동통신 다운로드 속도는 세계 1위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순위는 6위로 5계단이나 하락했다.
4G LTE에서 5G 서비스로 넘어가면서 통신사들은 예전처럼 전국망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서비스 품질 경쟁을 벌이는 것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 3사는 설비투자와 마케팅 경쟁 대신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고, 그 자금으로 통신 외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없애고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단말기를 살 수 있도록 한다는 ‘단통법’ 시행이 이같은 통신사들의 투자 축소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시장에서 고품질 서비스로 가입자를 유치할 경쟁 요인이 줄어들었고, 통신 3사는 기존 가입자를 잘 유지하는 ‘집토끼’ 전략을 펼치며 이익을 쓸어담았다.
정부도 더 이상 4G, 5G 세계 최초 상용화 등 앞선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에 나서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가 오는 12월 '5G 단독모드(SA)' 개통식을 열고, 본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5G SA는 무선 접속망뿐 아니라 통신망의 핵심 제어 기능을 담당하는 코어망까지 모두 5G 기술로 구성해, 4G LTE망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이동통신 방식이다.
LTE를 거치지 않아 응답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율주행, 실시간 로봇 제어, 스마트팩토리 등에 적합하다. 하나의 물리 통신망을 가상으로 나눠 초고속 통신품질을 특정 가입자나 용도별로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핵심이다.
그동안의 5G 서비스가 일부 LTE를 사용하는 ‘반쪽짜리’였다면, 7년이 지나서야 진짜 5G 서비스를 시작하는 셈이다. 2011년 4G LTE 이후로는 15년 만에 진정한 5G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6년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계획 발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를 통해 한국을 ‘대체불가 반도체 강국’, ‘피지컬 AI 글로벌 1위 국가’, ‘AI 인프라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강국으로 가겠다는 비전에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통신 인프라 고도화다.
단순히 AI 데이터센터에 고성능 AI칩(GPU)과 고대역폭메모리(HBM)만 집어넣는다고 AI 서비스가 이뤄지는 게 아니다. 초고속 통신 인프라가 없다면 AI 데이터 처리는 병목 현상에 막히고 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AI 서비스 확산에 따라 글로벌 이동통신 데이터 트래픽은 2025년 1587엑사바이트(EB. 1EB는 10억 GB)에서 2030년 3864EB로 2.4배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적 통신 강국이 되지 않으면 세계적 AI 강국도 없다. 5G 다음인 6G 통신 서비스 인프라 구축 정책을 서둘러 고민해야 한다.
국내 통신 업계가 5G 고가 요금제로 매해 5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설비투자에 등을 돌리고 6G 투자에 손사래를 치는 사이 중국, 미국 등 경쟁국은 이미 6G 기술에서 한국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정부나 통신 업계는 5G SA 서비스로 생색을 낼 때가 아니다. 한 발 앞선 통신 서비스 경쟁력이 곧 통신사들이 그토록 원하는 AI 신사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김승용 산업&IT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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