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농심홀딩스 주가 부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아 보인다.

농심그룹은 배당 확대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사진)이 농심홀딩스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 확대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일 농심그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농심홀딩스가 저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주주환원을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농심홀딩스는 2일 한국거래소가 공표한 저PBR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PBR은 기업의 시가 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재무 지표로 PBR 1배보다 낮을 경우 회사를 청산해 나눠 갖는 것보다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심홀딩스는 저PBR 기업 151곳의 명단에 PBR 0.29배로 이름을 올렸다. 음식료·담배업계 평균 PBR 1.01배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 1천억 원 이상인 음식료 관련 공표 기업 5곳(농심홀딩스·무학·대한제분·하이트진로홀딩스·매일홀딩스) 가운데 대한제분(PBR 0.18배) 다음으로 저평가된 기업으로 꼽혔다.

한국거래소가 저PBR 기업을 공표하는 것은 주가가 장기간 순자산가치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른 기업을 공개함으로써 자발적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고 저평가 문제를 시장에서 부각하기 위해서다.

신동원 회장 역시 이런 문제에서 적지 않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농심그룹의 총수로서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한 수단을 서둘러 밝혀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당장 시장에 보여줄 수 있는 카드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

농심홀딩스는 보유한 자기주식이 없다. 기존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새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도 가능하지만 별도의 자금 투입이 필요한 만큼 고려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결국 기존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배당 확대가 꼽힌다. 농심그룹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당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농심홀딩스는 2025년 8월 장류·수프 제조기업 세우를 현금 999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지난해 결산배당 총액 약 139억 원의 7.2배에 이른다.

인수 과정에서 보유 현금을 상당 부분 사용한 데다 차입금 부담도 발생하면서 단기적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었다. 농심홀딩스는 올해 6월30일 별도기준으로 유동자산 7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82.9% 줄어든 것이다.

물론 세우 인수가 농심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만 주는 행보는 아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자회사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로도 볼 수 있다.

농심홀딩스는 직접 사업을 운영하기보다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순수지주회사다. 농심과 율촌화학 등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이 주요 수입원인 만큼 자회사의 배당 확대가 농심홀딩스의 주주환원 여력을 높이는 구조다.

농심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으로 영업수익 271억 원을 거뒀다. 모두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수익으로 지난해 연간 주주배당 총액 약 139억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다만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배당 확대와 같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 대규모 인수합병이 오히려 당장의 주주환원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반면 장남 신상열 농심 부사장(사진)의 지분은 1.41%에 불과하다. <농심>


농심홀딩스는 꾸준히 배당을 늘리고 있다.

2004년부터 주당배당금 2천 원을 유지해 왔다. 2023년 2500원으로 올린 뒤 2025년 결산배당은 3천 원까지 확대했다. 2023년에는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배당성향은 12.1%에 그쳤다. 배당금을 꾸준히 늘리고는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승계 문제가 주가 부양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신 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반면 장남 신상열 농심 부사장의 지분은 1.41%에 불과하다. 신 부사장이 올해 3월 농심 사내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지분 승계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상속·증여세 평가 방식에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지분 이전에 따른 세금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신 회장이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국회에서 장기간 저PBR 상태를 유지한 기업의 상속·증여 주식 평가액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BR 0.8배 미만 기업을 순자산가치로 과세하는 개정안을 냈다. 농심홀딩스 주당순자산은 현재 주가의 3배를 넘는 만큼 앞으로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