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h수협은행 차기 행장 인선이 세 번째도 불발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현직 금융당국 고위공직자의 행장 지원과 정부 추천 위원이 과반인 선임 구조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인선 교착은 풀리지 않고 있다. 현 행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공적자금 상환 의무를 해소한 뒤에도 유지되는 정부의 인선 관여가 은행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Sh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3차 회의에서도 위원 4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최종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사진은 신학기 Sh수협은행장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 <Sh수협은행, 연합뉴스>


26일 Sh수협은행에 따르면 행장추천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도 위원 4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최종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이날 표결에서도 신학기 현 행장이 3표,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2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9월22일 첫 표결 이후 두 차례 더 논의했지만 지지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달 6일 회의 이후 20일의 숙고 기간을 거치고도 위원들 사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셈이다.

수협은행이 이처럼 차기 수장을 정하지 못하는 사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인선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전 부원장 회의에서 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 인선이 마무리되면 후보 선정부터 검증·평가까지 사전에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밝힌 인선 절차 사후점검 방침을 구체화한 것이다.

금융지주 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지시지만 정부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수협은행의 선임 구조 역시 인선의 독립성과 투명성이라는 기준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가 각각 추천한 위원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후보 추천에는 5명 가운데 4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중앙회 추천 위원들이 모두 같은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정부 추천 위원 최소 2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은행 지분을 100% 보유한 중앙회가 정부 측 동의 없이 행장을 선임할 수 없는 구조다.

앞선 표결에서는 중앙회 추천 위원 2명과 재경부 추천 위원이 신 행장을, 금융위와 해수부 추천 위원이 이 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는 국정감사에서 정부 중심의 인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교착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표결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실질적 리스크를 부담하고 경영성과에 책임을 지는 주체는 수협이고 외부 입김에 좌우되는 관치금융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적자금 상환을 조건으로 현재의 추천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정부 추천 위원 비중을 줄여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도 “내년이 되면 공적자금 상환이 완료된다”며 “그러면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진행 중인 인선에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공적자금 지원 당시와 달라진 수협의 상황이 있다.

수협중앙회는 2022년 잔여 공적자금을 국채로 지급해 상환 의무를 해소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이 국채를 현금으로 회수하는 절차는 2027년까지 이어진다.

수협의 상환 의무가 정리된 만큼 예보의 국채 회수 절차가 남았다는 이유로 정부 중심의 추천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인선에서는 현직 감독당국 고위공직자가 후보로 나서면서 취임 이후 업무 수행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수협은행은 올해 3월 FIU가 부과한 과태료 10억 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이 원장이 의결에 관여한 처분인 만큼 행장으로 선임되더라도 관련 소송 대응 등 일부 업무를 직접 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과태료를 납부한 뒤 뒤늦게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이 신 행장의 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협은행은 다른 은행의 소송 사례가 있어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 Sh수협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정부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선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 Sh수협은행 >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늘어나는 사이 차기 경영체제를 준비할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신 행장의 임기는 11월17일까지로 22일 남았다.

행추위는 우선 재공모 없이 기존 후보를 대상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다음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추가 논의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후속 절차를 마칠 시간은 더욱 촉박해질 수 있다.

연말에는 부행장 4명의 임기가 순차적으로 끝나고 내년도 사업계획도 확정해야 한다. 상상인증권 인수 등 비은행 확대를 추진하는 시점에 차기 행장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주요 경영 판단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수협은행은 2017년에도 인선 지연으로 약 반년 동안 행장 공백을 겪었다. 이번에도 합의가 거듭 불발되면서 행추위는 후보 검증과 함께 임기 내 인선을 마쳐 경영 공백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Sh수협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오늘 행추위 회의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아 추후 재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재협의 날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