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기는 2030년대 중반이 될 것이라는 외신 및 조사기관들의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전시장 사진.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기술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중국 CATL 등 주요 배터리 기업이 연구개발 및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SDI는 내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용화 지연 가능성이 가장 민감하게 다가올 것으로 여겨진다.

25일 주요 외신과 시장 조사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전고체 배터리가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점은 2030년대 중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2차전지에 널리 쓰이는 액체 형태의 소재 일부를 고체로 바꾸는 기술이다. 안전성과 충전 속도, 에너지 밀도와 수명 등에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술적 장벽이 높고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22일 “전고체 배터리는 과거 10년 이상 동안 ‘수년 안에 상용화될 기술’로 평가받아 왔다”며 “하지만 실제 대량생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충전할 때 생기는 결정이 고체 전해질 소재에 손상을 입히는 문제가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이는 배터리 내부 합선을 일으켜 오히려 화재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습도와 같은 변수를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고 은을 비롯한 고가의 소재가 사용된다는 점도 기존의 배터리보다 생산이 까다로운 배경으로 꼽힌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전고체 배터리 제조사들도 2030년대 중반이 되어야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배터리와 유사한 가격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 5월 발간한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2030년대 초반까지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만 한정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가 아직 실험실 이외 환경에서 주행거리나 안전성의 발전 효과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며 제조 비용과 기술적 제약 요소가 분명하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조사기관 패스트마켓도 지난 7월 전고체 배터리 관련 보고서를 내고 전고체 배터리의 성능 및 기술적 장점보다 가격 경쟁력이 시장 성장에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패스트마켓은 전고체 배터리가 2030년대 초반부터 폭넓게 보급될 잠재력이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2026년부터 2028년 사이 전고체 배터리 제조사들의 시험 생산, 2030년 이전까지 틈새시장 중심의 초기 상용화 등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 LG에너지솔루션의 전고체 배터리 전시용 제품. <연합뉴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장기간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2010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해 온 일본 토요타와 2024년에 전고체 기술 연구 프로그램에 26억 달러(약 3조4400억 원)를 투자한 중국 CATL을 예시로 들었다.

IEA는 2030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기반 전기차를 대량생산하겠다고 밝힌 중국 BYD와 2027년 하반기 중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SDI를 대표적 개발업체로 꼽았다.

삼성SDI는 이미 경기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샘플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성능 전기차와 전기선박, 에너지저장장치 등 여러 산업 분야에 공급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7월 미국 배터리 업체 팩토리얼과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 기술 검증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며 양산을 전제로 두고 사업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기술적 제약과 경제성, 고객사와 소비자의 실제 수요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동안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 투자해 온 성과를 이른 시일에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배터리 기업들이 우주항공 또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먼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해 사업성을 검증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이와 관련해 “항공과 군수 시장은 수요가 적고 가격 민감도가 낮아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파악하기에 적합하다”고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전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도 이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는 잠재적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휴머노이드와 전기 항공기 분야에 전고체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SDI도 이미 휴머노이드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개했다.

그동안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시장으로 꼽히던 전기차 분야에서 상용화 시점이 늦어지더라도 이러한 신산업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난다면 투자 성과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블룸버그NEF는 전고체 배터리 기업들이 틈새 시장에서 기술적 장점을 증명한 뒤 양산 가능성을 검증하고 대량생산에 나서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