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이 9월30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댄 설리번 연방상원의원(공화당, 알래스카),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관세 협정에 따라 추진하는 대미 투자 계획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로 수익성 확보에 부담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투자 대상과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가스 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기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 주 대상이라 투자 전제로 내세운 상업적 합리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23일 닛케이아시아는 “미국 내 신용 여건이 빡빡해지고 고금리가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져 아시아 국가의 대미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미국 싱크 탱크 허드슨연구소의 기고문을 보도했다.

기고문을 작성한 라일리 월터스는 허드슨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일본 지사 부소장으로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정치와 국제경제 전문가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사업에 필요한 금융비용과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올라가 신규 프로젝트의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최근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증대에 따른 자본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6~2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연준이 현재 3.75~4.00%인 기준금리를 12월 인상할지에 관한 질문에 설문 대상 경제학자 100명 전원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한국의 대미 투자가 직면한 문제라고 월터스 연구원은 지적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해 11월14일 공개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대미 투자 사업에서 나온 수익은 한국이 투자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할 때까지 한국과 미국이 절반씩 나누고 회수가 끝난 뒤에는 한국 10%, 미국 90%로 나눈다.

한국의 대미 투자금 회수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미국 20년물 국채 금리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정해진다.

20년물 국채는 정부가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고 20년 뒤 원금을 갚고 그동안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증서다.

이 국채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투자금에 붙는 이자도 그만큼 높게 고정되는 만큼 사업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월터스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의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무역 협정에 따라 미국에 총 3500억 달러(약 463조 원)를 투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15일 청와대에서 에반 그린버그 미한재계회의(USKBC)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미 투자는 한국과 미국의 조선협력 펀드에 들어가는 금액 1500억 달러(약199조 원)과 에너지를 비롯한 전략 산업에 투입되는 2천억 달러(약 263조 원)로 구성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전략 산업 투자와 관련해 “텍사스의 6기가와트(GW) 규모 발전소와 대형 원전 8기,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가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한 뒤 길이 약 1300㎞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지역 수출 터미널로 운송, 액화 과정을 거쳐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앞서 한국 산업통상부와 재정경제부는 지난 9월22일 국회에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확정했다고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사업은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다는 것”이라며 “투자 여부나 규모는 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듯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에서 상업성을 확보하려 하는 가운데 미국의 비우호적 투자 환경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대미 투자가 한국 정부의 신용 등급과 자본유출 및 해외 투자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기 사업일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성에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늘고 투자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발전소나 LNG 시설처럼 건설비가 많이 들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사업은 금리 상승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래스카 LNG 사업 자체의 수익성마저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은 만큼 투자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로이터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비용, 자금 조달 및 상업적 타당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수년 동안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앞세워 한국을 상대로 대미 투자 압박을 하는 가운데 미국 내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환경까지 악화해 발전소나 LNG 등 사업 수익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월터스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약속받은 신규 투자를 결국 유치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투자금을 최대한 빨리 회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대미 투자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