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테라팹'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일각에서 테라팹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우선적으로 착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으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객인 동시에 경쟁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높은 기술 진입장벽이 있는 만큼 테라팹이 메모리 생산에 나서더라도 단기간에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생산 규모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테라팹 구축에 나선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최근 한국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공급업체와 공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모리 생산에 우선적으로 착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테슬라·스페이스X와 AI 반도체 패키징 장비의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현지 법인인 '한미 USA'를 세우고, 북미 반도체 장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모 투자사 트리오오리엔트의 댄 니스테트 부사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한국 반도체 장비 업체를 활용하는 이유는 메모리 칩 제조 분야에서의 깊은 전문성 때문일 것"이라며 "아마도 테라팹이 메모리 반도체에 먼저 집중할 것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테라팹은 반도체 대량 생산에 앞서 2027년 5월 또는 6월경 오스틴 연구 시설에서 S램(정적 임의접근 메모리) 테스트 칩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S램은 전원이 공급되는 동안 데이터를 유지하는 반도체로,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가 매우 빨라 주로 프로세서 내부의 캐시 메모리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증하자, 머스크 CEO는 테라팹의 메모리 생산 계획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는 지난 13일 X에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에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다른 업체들은 갈취 수준의 가격을 요구했다"며 "고객들은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인상을 겨냥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스페이스X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도 "메모리 생산은 연간 20% 늘지만, 수요는 200% 넘게 폭증하고 있다"며 "현재 제약 요인은 메모리"라고 밝혔다.
테라팹은 총 200억 달러(약 26조4천억 원)를 투자해, 로직·메모리 반도체와 패키징, 테스트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될 예정이다.
▲ '테라팹' 반도체 공장 예상 조감도. <스페이스X>
일부 메모리를 테슬라·스페이스X가 직접 생산할 수 있다면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이 해소될 뿐 아니라, 향후 메모리 가격협상에서 테슬라·스페이스X가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산업에서 '하이브리드 공급망(자체 생산+외부 조달)'을 활용함으로써 배터리 공급 업체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IT매체 Wccftech는 "테슬라는 테라팹의 핵심 인력 채용을 시작했으며, 여기에는 메모리 공정 엔지니어도 포함된다"며 "이번 채용은 테라팹이 AI 로직 칩을 넘어 첨단 메모리 제조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며,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장악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는 전략적 행보"라고 보도했다.
다만 테라팹의 메모리 생산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D램이나 HBM 양산을 당장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은 미세공정뿐 아니라 셀 구조와 수율, 전력 효율 등에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HBM은 D램 적층 기술과 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의 존 로렌츠 이사는 "메모리 제조는 테슬라, 스페이스X, 인텔 모두 보유하지 못한 완전히 별개의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기존 업체와 협력 없이 테라팹이 자체적으로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테라팹이 메모리 생산에 나서더라도 단기간에 필요한 만큼의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테라팹이 목표로 하는 연간 1테라와트(TW) 전력을 사용하는 AI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 그래픽처리장치(GPU) 2240만 장,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271만6천 장, HBM4E(7세대) 1582만4천 장에 해당하는 웨이퍼를 처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142~358개의 반도체 공장이 필요하며, 이를 현실적 시간 내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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