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이 '라면 불모지'로 꼽히는 유럽을 향한 수출 공급망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아직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 라면 소비량이 적은 시장이지만 최근 K푸드 확산과 맞물려 한국 라면 수요가 빠르게 커지면서다. 삼양식품은 유럽 판매법인과 국내 수출 생산기지, 중국 현지공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불닭 공급망을 다시 짜며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삼양식품이 유럽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주요 국가에서 불닭 브랜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삼양식품 서울 중구 명동 신사옥 전경. <삼양식품>


21일 삼양식품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네덜란드에 둔 유럽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주요 국가에서 불닭 브랜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매출 1905억 원, 영업이익 290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2.6배, 영업이익은 8.9배 늘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판매 호조와 진출국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유럽 성장의 중심에는 불닭 브랜드가 있다. 불닭은 5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00억 개를 넘기며 삼양식품의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핵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유럽이 아직 글로벌 즉석면시장에서 수요가 낮은 지역으로 평가되는 만큼 삼양식품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세계즉석면협회(WINA)에 따르면 2025년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즉석면 수요는 각각 5억4600만 식, 4억5500만 식, 1억5400만 식이다. 순위로만 따지면 영국 22위, 독일 24위, 프랑스 37위다. 세 국가를 모두 합쳐도 11억5500만 식으로 16위인 이집트의 12억8700만 식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성장률로 보면 유럽시장은 빠르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독일·프랑스의 2021년 즉석면 수요는 8억8900만 식이다. 4년 만에 수요가 29.9%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상위 55개 국가 전체 라면 수요는 5.2% 늘어났다. 특히 유럽 지역이 인구 규모와 구매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아직 라면 소비 증가 가능성이 많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상대적으로 물가 수준이 높은 지역인 만큼 불닭 제품의 수출 평균판매단가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라면 불모지인 유럽에서 한국 라면 회사들이 2분기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했다"며 "유럽은 상대적으로 평균 단가(ASP)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소매 채널에서도 유럽 일부 판매가는 국내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21일 기준 아마존 독일에 판매되고 있는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5개입'은 판매가가 9유로(1만4400원)다. 같은 제품이 한국에서 5100원, 아마존 미국에서도 7.5달러(1만4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보다도 38.5% 비싼 셈이다.

삼양식품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202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유럽법인은 40개 이상 국가에서 삼양식품 제품 유통과 판매를 맡는다.

과제는 삼양식품의 유럽 제품 공급량이 수요 증가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불닭볶음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 원주공장과 익산공장은 올해 상반기 평균가동률 101.1%, 118.7%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준공된 밀양2공장이 있는 밀양공장도 상반기 평균가동률이 86.7%였다. 유럽 내 수요가 늘어도 물량을 더 보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 프랑스 등 일부 온라인 채널에서는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5개입이 12.85유로(2만500원)에 판매되는 사례도 있다. 이 상품은 지난 한 달 동안 100개 넘게 팔리기도 했다. <아마존 프랑스 갈무리>

삼양식품은 중국 저장성에 첫 해외 생산기지인 자싱공장을 짓고 있다. 자싱공장이 2027년 1월 완공되면 연간 최대 11억3천만 개의 불닭볶음면을 생산해 전량 중국에 공급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고된 라면 물량은 10억 개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자싱공장은 이 물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삼양식품의 유럽 공략을 뒷받침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국내 공장이 중국 수출 물량을 대부분 맡고 있다. 자싱공장이 중국 공급을 넘겨받으면 연간 26억3천만 개 제품을 생산하는 원주·익산·밀양1·2공장 등 국내 공장 4곳에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삼양식품은 이미 국내 공장에 생기게 될 여유 물량을 미주와 유럽 수요 대응에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양식품은 자싱공장을 착공하며 "국내 공장은 미주, 유럽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의 수요를 뒷받침하는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