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포용금융 속도전 부메랑될까, 총량 확대 흐름에 '건전성 부담'도 커진다

▲ 5대 금융지주가 포용금융 5개년 계획 첫 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2026년 상반기에만 향후 5년 동안 집행할 포용금융 목표의 15%를 채우면서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미국과 이란의 전쟁 등에 따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취약계층 부담 완화를 위해 적기 지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향후 5년 계획의 첫해부터 포용금융 공급 규모를 빠르게 늘린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공급 규모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압박뿐 아니라 포용금융 실적 평가체계 도입을 추진하면서 5대 금융지주의 자발적 경쟁을 유도할 준비도 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가 포용금융을 애초 계획보다 빠르게 늘릴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포용금융 공급 속도전은 추후 포용금융 총량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는 2026년 상반기 11조2912억 원의 포용금융 공급 실적을 올렸다. 향후 5년 공급 목표치의 15%를 단 6개월 만에 채운 것이다.

5대 금융지주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70조7672억 원의 포용금융 공급 목표를 세워뒀다. KB금융지주 17조 원, 신한금융지주 15조 원, 하나금융지주 16조29억 원, 우리금융지주 7조4천억 원, NH농협금융지주 15조3643억 원 등이다.

특히 5년 목표치가 가장 적은 우리금융지주도 2026년 상반기 다른 지주와 비슷한 규모인 2조1천억 원을 공급하면서 이미 목표치의 28%를 채웠다.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상황 속 금융취약계층을 적기에 지원하기 위한 대응 차원에서 공급 확대가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는 2026년 6월 ‘포용금융 2.0 온(ON, 溫)’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2026년 포용금융 4조5천억 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 연간 공급 계획이었던 3조 원에서 1.5배 늘린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도 2026년 목표치를 기존 1조2천억 원에서 확대해 3조5천억 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포용금융 공급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지주는 5월28일 포용금융 추진 계획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주요 관계사 하나은행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느끼는 서민과 한계 소상공인들의 원활한 자금 수급과 경제적 성공을 돕기 위해 포용금융 전용 신상품을 조기 출시하고 자금 공급을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공급 확대가 향후 금융지주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높아진 연간 공급 목표치가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내년 포용금융 공급 규모를 올해보다 줄이기는 쉽지 않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포용금융 공급 규모를 매년 조금씩 늘려나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 포용금융 속도전 부메랑될까, 총량 확대 흐름에 '건전성 부담'도 커진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6월19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금융지주 다른 관계자는 “포용금융 목표치를 높여 잡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라며 “지원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앞으로 총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강하게 포용금융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공급 확대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을 사실상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6월29일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정책서민분과 첫 회의에서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 도입 방향을 논의했다. 평가 기준을 두고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적용해 금융회사들이 포용금융을 지속 추진하도록 구조를 짜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회의 이후 보도자료에서 “포용금융 종합 평가체계는 금융회사의 포용금융 노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실질적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포용금융을 금융시스템 안에 제도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회사 관점에서는 인센티브의 매력보다는 평가 점수가 공개되고 비교되는 상황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포용금융 경쟁 심화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포용금융 확대가 금융지주의 건전성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나면 금융지주들은 연체율 상승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도 6월17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포용금융 현장 대토론회’에서 포용금융의 핵심 과제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고 부사장은 “포용금융에서 금융기관은 매우 중요한 역할과 책임이 있다”며 “다만 포용금융 대출상품의 연체율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부러 연체하는 고객은 없지만 재무 여력과 여건 상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신한은행의 2026년 3월 말 포용금융 영역 중 하나인 중저신용대출 상품의 연체율은 2.28%로 2025년 3월 말(1.93%)보다 0.35%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일반신용대출 연체율 상승폭 0.01%포인트를 크게 웃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