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직원 성과급이 크게 늘어나며 한국 정부에 정책적 대응 부담을 높인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이는 물가 및 임금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 <연합뉴스>
한국 정부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 수익 일부를 정책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과거 노르웨이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로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의 과제는 더 무거워졌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3월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5월 총파업을 가결한 뒤 사측과 성과급 관련 협상을 이어왔다.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노사가 대규모 성과급 지급안에 합의한 뒤 노조 투표에서 찬성을 가결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직원 성과급이 34만 달러(약 5억1천만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며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많은 금액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은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 공급망에서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인공지능 열풍으로 급증한 관련 기업들의 이익이 가계로 일부 이전되는 흐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이 한국 ‘K자 그래프’ 형태의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한국 정부에 새로운 과제를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체 노동자 가운데 반도체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구는 1.5% 안팎에 불과해 극소수에 이익이 집중된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조사기관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은 결국 전체 임금과 자산 가격,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거시경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다른 기업들의 노동자들도 사측에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러한 영향이 더 넓게 확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한국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우면서 이와 관련한 정부에 정책적 대응 부담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반도체 열풍과 유사한 특정 산업 중심의 소득 급증 현상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과거 석유 판매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크게 늘어나자 이를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한 노르웨이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인공지능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장기적으로 ‘국민 배당’에 활용할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국과 노르웨이 두 사례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노르웨이의 석유와 달리 인공지능 반도체의 경우 민간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복잡하다는 조사기관 S&P글로벌의 분석을 전했다.
다만 루이스 카위스 S&P글로벌 아시아태평양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원칙에 기반한 방식으로 초과 수익을 일부 적립하는 정책적 대응 방식은 합리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반도체 중심 경제 성장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은행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한국과 대만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인공지능 산업 발전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산업의 침체를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이만 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이 결국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성장이 양극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